100T 덕용 뚜껑을 열어보니 60알만 들어있고, 30T 소량 덕용 패키지는 제품마다 개수가 다르다?


위 사건은 최근 부산의 약국 한곳에서 연달아 발생한 일이다. 덕용 패키지로 구성된 알약 포장 실태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 내용은 이렇다.

부산 내과 인근에서 P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C약사는 막 우송된 D제약사 혈당강하제 덕용 100T 제품을 자동조제기에 삽입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분명히 100알이 들어있어야 할 통에는 고작 60알만 들어있었던 것.

얼마 후 사입한 H제약사의 고혈압약 30T 소량 덕용포장 제품들은 더 황당했다.

한 달 치 처방인 탓에 위생상 환자에게 통째로 지급했던 제품이었는데, 환자가 다시 찾아와 “개수가 맞지 않다”고 항의했던 것이다.

통에는 29알만 있었고, 새로 지급하기 위해 새 통을 열어 환자 앞에서 개수를 확인하니 이번에는 28정만 들어있었다.

C약사는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새 제품 2개를 연달아 뜯었더니 한통에는 29알이, 나머지 한통에는 31알이 들어 있었다.

한 품목의 패키지마다 개수가 제 맘 대로였던 것이다.

제약, 중량으로 예측 생산…수량 불량 원인

이 같이 동일 제품일 지라도 제품 개수가 들쭉날쭉 제각각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약국가는 덕용 의약품을 생산할 때 ‘필 카운트’ 방식이 아닌 무게로 수량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 근본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중량을 쟤는 생산방식 자체가 품질관리 소홀이라는 것이다.

의약품 생산은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데, 기본적으로 최종라인 검수단계에서 병 무게 또는 수량 불량 등의 오차를 발견, 출하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덕용 포장은 일정 중량이 되면 다음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 편차를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제약사 관계자들도 이에 대해 일부 동의하고 있다.

L제약사 관계자는 “공정 자체의 불량이라기보다 기계가 중량을 세밀하게 잡아내지 못해 발생하는 극히 일부분의 문제”라면서 “이 또한 여러 단계의 검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간혹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O제약 관계자는 “생산라인이 자동화돼 있어 일일이 개수를 셀 수 없는 것이 한계이지만 g단위보다 더 세밀한, 오편차 범위를 걸러낼 수 있는 시설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러나 이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 몇백억원의 투자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한 업체일수록 불량품 발생에 노출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도 스스로 불량약 감시자 돼야”

이에 대해 약국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에 대한 품질관리가 안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개수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사례 가운데 고혈압, 당뇨약의 경우는 장기처방 환자가 많아 30T 포장 완품을 통째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고, 자칫 향정약에서 수량 불량이 발생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때문에 약사 스스로 불량약 발생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당 제약사에 적극적으로 품질개선 요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C약사는 “약국은 복약지도 시 환자에게 제약사를 믿고 완품을 통째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환자들의 클레임은 제약사가 아닌 약국이 고스란히 받게 되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C약사는 “의약품의 품질향상에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약사윤리강령에도 나와 있듯 약의 전문가인 약사들도 불량약 자료수집 등을 통해 데이터화 시켜 증거를 확보하고 제약사의 의약품 생산관리에 철저한 감시자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