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슈社가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제넨테크社의 지분 33%(Scrip誌는 약 35%라고 언급했음)를 추가로 매입하는 옵션을 행사키로 최종결정했다.

이에 따라 로슈는 제넨테크의 지분 81%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로슈가 제넨테크를 합병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로슈측은 그러나 제넨테크의 향배와 관련, 나머지 지분 19%에 대해서는 주식거래를 허용하는(public offering) 등 기업으로서의 독자성은 계속 인정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로슈와 제넨테크가 지난 90년에 진행했던 협상 및 95년 재 협상을 통해 도달했던 합의案에 입각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시 옵션은 로슈가 제넨테크의 주식을 1주당 82.50달러에 매입하고(buy back), 최고 19%까지의 지분은 매각할 수 있도록 하되 제넨테크가 독자적인 기업으로 경영을 계속해 나가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뤘었다.

제넨테크는 로슈社 개혁의 원동력으로 주목받아 왔었다. 이는 로슈가 개발 후기단계에 와있는 신약들 가운데 3분의 1 가까운 숫자가 제넨테크측과의 제휴를 통해 개발을 진행해 왔거나, 제넨테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것들이었음을 감안한 지적이다.

로슈의 프란츠 휴머 회장은 연례 기자회견 석상에서 "제넨테크社의 가치와 독특한 기업문화를 인정한다"면서 "일정지분을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국 생명공학계의 선도자인 제넨테크는 독자적인 지위를 유지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로슈는 제넨테크社 아더 레빈슨 회장의 경영권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레빈슨 회장은 "제넨테크의 경영권 향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발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번 합의는 다소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이나 로슈측의 결정은 업계 전문가들로부터도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다르고 있다.

메릴 린치社의 분석가 에릭 헤크트는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뉴스는 "높은 지명도와 함께 훌륭한 역사를 지닌 제넨테크社의 재 부상"("the return of Genentech. It's a high-quality name and a wonderful story.)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햄브렉트&퀴스트社의 리챠드 반 덴 브뢰크도 "제넨테크는 현재 메이저기업들을 포함한 전체 제약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력을 보유한 업체"라면서 공감을 표시했다.

제넨테크社는 또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이 캘리포니아大측에서 自社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과 관련,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낭보를 접해 경사가 겹치게 됐다.

캘리포니아大는 제넨테크가 발매한 인체성장호르몬 '프로트로핀'과 관련하여 소송을 제기했었는데, 제넨테크측이 패소할 경우 최고 2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한편 제넨테크는 특정한 종류의 전이성 유방암을 치료하기 위한 모노클로날 항체로 개발한 '헤르셉틴'(트라스투즈맵)이 고도로 진전된 여성 유방암 환자의 평균생존률을 22%까지 끌어올리면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등 뛰어난 개발력과 독특한 기업문화로 널리 알려져온 기업이다.

'헤르셉틴'과 비 호즈킨병 B세포 림프종 치료용 C2B8 항체 '리툭산'(리툭시맵) 등은 올해 1/4분기에 각각 3,900만달러와 5,71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려 제넨테크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제넨테크는 전년대비 13%가 증가한 16억달러의 매출액과 41%나 뛰어오른 1억8,19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전체 매출액 중 무려 34%에 달하는 3억9,620만달러를 R&D에 투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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