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참조가격제가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연구실 한오석 실장은 참조가격제 도입안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기자는 한 실장에게 참조가격제도입으로 약가지출이 얼마나 억제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그는 고가약의 사용억제와 약가인하 등의 요인으로 약 1천5백억원이상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보험재정 적자가 4조2천억원에 달하는데 그 정도의 절감액을 목표로 기존 의약품 사용패턴을 뒤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미 한 실장이 지난 보건경제학회 주최 참조가격제 심포지움에서 밝힌바 있다.

"정부는 지금 한푼이라도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이외 보험재정안정 대책을 추진하면서 전체적인 적자폭을 메워 갈 것이다 "

한 실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도록 하는 노력은 정당하다. 어느나라에서나 이 같은 노력은 줄기차게 이뤄져 왔다.

문제는 참조가격제도가 정부가 의도하는대로 약제비 억제를 통해 전체 건보재정적자폭을 메우는데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많은 나라에서 정부의 의도를 우려케하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독일 푸랑크푸르트 응용과학대 마이어 교수는 최근 국내 심포지움에서 "실제 현실에서 참조가격제도는 정책입안자들과 그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성과를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다. 도입했던 많은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비용절감 효과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으로 보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제약협회가 99년 발표한 참조가격제관련 논문에 따르면 '적어도 4개의 연구로부터 증명된 결과 어떠한 국가도 참고가격제로부터 재정이 절약되는 것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효과는 완전히 단기적이다.

왜냐하면 참고가격제 단독으로 약제비용 성장의 3가지 기본 요소 중 오직 한가지인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파악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참고가격제의 도입효과는 약물을 얼마나 많이 절약해 왔는가가 아니라 비용의 어떤 다른 형태를 증가시켰는지에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93년에 참조가격제를 도입해 2000년 이제도를 폐지한 노르웨이의 경우 '또 다른 비용'의 증가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노르웨이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당초 이 제도의 도입으로 약 215 M NOK의 약제비 절감을 예상했으나 절감폭은 44 M NOK에 그쳤으며 반대로 환자의 부담폭 30 M NOK, 행정비용 56 M NOK로 늘어났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학적으로 비 이성적인 기준하에서 결정되는 가격제도는 전체적인 헬스케어 시스템에서도 똑 같은 비이성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곧 참조가격제가 질병의 인구통계학적인 윤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직 복지부는 참조가격제의 수준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표준가격을 참조가격으로 환산적용, 중앙값을 채택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동일 효능 그룹에서 최저가 의약품을, 덴마크는 최저가 2가지 의약품의 평균가를, 스웨덴은 그룹별 최저약가에 플러스 10%선을 참조가격대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그 모델이 어떤 나라를 따를 것인지 아직 미정이나 보험재정 절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뉴질랜드 등 최저가 수준을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일식 모델이 논의돼왔음을 고려할 때 최저가=참조가격대라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당초 8월 실시예정이었던 참조가격제도는 여러 가지 행정상의 이유로 한달 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함께 시민단체 또는 환자단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태세다.

이들 단체는 보험재정 1천여억원을 줄이자고 환자에게 몇배에 달하는 약값을 부담시켜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번주부터 들어갈 제약업체 대상 의견수렴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참조가격제 도입은 여러모로 순탄치 많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가 지적한 다음의 이 한마디는 정부가 제도 도입의 효과와 관련, 간과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는지 심사숙고할 만한 부분이 될 것이다.

"참조가격제를 오래전부터 도입해온 독일의 경우 현재 GNP 대비 의료비의 지출이 10%대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GNP 대비 의료비 지출은 6%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