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성남 판교시도시 약국 돌아보니

"기존 약국을 정리하고 이 곳에 들어올 때만 해도 부푼 꿈에 가득 차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기회의 땅일줄만 알았던 판교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다"

"근무약사하며 모은 자본과 대출까지 받아 처음으로 개국한 약국이다. 하지만 매달 마이너스 매출에 쌓여가는 대출이자는 약사로서의 한계마저 느끼게 한다"

2009년 부동산 시장의 로또라 불리며 세간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판교신도시.

당시 약국들도 덩달아 '판교 앓이'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며 비교적 높은 분양가와 임차료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약국들이 판교신도시에 신규 진입했다.


하지만 입주 2년여가 지난 지금, 기자가 찾은 그곳 약국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침울' 그 자체였다.

하루 10건 처방에 임차료 월 650만원 부담…개업 1년만에 폐업 약국도

먼저 판교신도시는 크게 동판교와 서판교로 분리돼 있다.

상권 형성 당시 동판교는 분당지역과 인접하며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주상복합 등 약 1만 7천여세대가 거주할 것으로 예상돼 이른바 경기권의 '노른자위'로 불렸다.

서판교 역시 공동주택 1만여세대와 단독주택 1800여세대 구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지역내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고정 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러한 호재는 곧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로 이어졌고 약국들은 기본 월 650만원 이상의 비교적 고 임차료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 현재 판교신도시 내 둥지를 틀고 있는 약국은 서판교에 총 9개(운중동 4개, 판교동 5개), 동판교에는 총 8개(삼평동 5개, 백현동 3개)이다.

하지만 올해 초 서판교 내 약국 한 곳이 계속되는 경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개국 1년여가 채 안돼 폐업을 결심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판교신도시 내 운영 중인 다른 약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서판교와 동판교 모두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대부분의 약국이 평균 20건이 채 안되는 처방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판교, 동판교 모두 아파트 입주에 비해 상가공급 시기가 늦어지면서 현재까지도 상권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 삼평동의 A약국 약사는 "상권형성이 지연 돼 주민들과 유동인구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원래 개원을 계획했던 의원들도 모두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가에 의원이 없어 처방도 없고 유동인구가 없어 매약도 안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약사들 "내년이 한계다"…판교 근접 분당 상권 활성화되는 '역전현상'도

이 같은 상황 속 판교신도시 내 약사들은 “내년이 한계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올해 신규 개국한 약국들은 2년 정도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각오로 지금의 경영적자를 감수한다지만 이미 신도시 분양 전부터 자리를 잡은 약국들은 더 이상 버틸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동판교에 위치한 백현동의 B약국 약사는 "판교신도시는 입주 초부터 자리를 잡은 약사들에게는 진흙탕 같은 곳"이라며 "적자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동안 마이너스 된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쉽사리 발을 빼고 나갈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도시 상권이 자리잡는 데에는 통상 3~4년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약사들은 향후 1~2년 후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 속 판교신도시 약국가의 위기가 오히려 판교 근처 분당권역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이상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내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자 차로 5분여 거리인 판교 근처 분당(야탑, 상현동 등)지역 상권으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교신도시와 근접한 일부 약국들의 경우는 처방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 약사회 관계자는 "분당 권역과 인접한 것이 판교신도시에 호재가 아닌 오히려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판교신도시 내 일부 회원은 약사회비도 못낼 형편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안타까운 심정만 들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