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이 넘었는데 성생활이 한번도 안돼요."

어느 날 젊은 부부 한 쌍이 와서 호소하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신혼부부가 1년 넘도록 성생활 없이 지낼 수 있다니…."

1년 이상 참고 지낸 부인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2년간 연애 결혼한 K씨 부부는 신혼여행에서도 정상 성관계가 힘들었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지냈으나 여행에서 들어온 후에도 역시 정상 성관계가 안되었다고 했다.

대신 회사일에는 매우 성실해서 신랑은 성실한 사원으로 회사일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늘 바쁘게 지냈다.

신부도 워낙 순진해서(?) 큰 불평 없이 성생활 없는 부부생활을 하게 되다보니 잠깐사이 1년이 지나가 버렸다.

손자를 기다리던 어른들에 의해서 어렵게 신부는 부모님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고백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병원에 찾아오게 되었다.

우선 신랑을 진찰해보니 외모나 외부 생식기에 이상소견은 없었다.

혈액검사에서도 남성호르몬수치는 정상이었고 다른 정신적인 병도 없었다.

성반응에서는 시청각자극검사에서는 좀 불안정한 반응을 나타냈고 잠을 자면서 남성기능을 보는 수면검사에서는 좀 약하지만 70% 정도의 발기능을 보여 정상 범위내에 들고 있었다.

즉 우선 1차 검사에서는 특별히 성생활을 못할만한 결정적인 이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부인에게 얘기해보니 → 성행위가 어쩐지 무섭고 부담이 가는 것 같아 관계시에는 갑자기 굳어지고 해서 성행위가 즐거울 것 같지 않아 속으로는 회피해왔다고 했다.

즉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 약한 순진한 남편과 종교적 가정에서 자라 질 경련을 가진 신부가 절묘하게 조화해서 1년이상 Sex 없이 살아오고 있었다.

이 부부에 1차로 서로 삽입은 시도하지 말고 애무만 충분히 하며 서로의 긴장을 푸는데만 신경 쓰면 애무가 즐겁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한달 후에 오도록 했다.

한달 후 다시 찾아온 부부

"그간 어땠습니까?"

"???"

아직도 삽입은 못하는 상태였다.

부인을 사랑하는 남편은 심인성원인으로 부인은 질경 때문에 두사람이 비슷한 원인으로 서로 문제해결을 못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에게 성생활의 기본적인 감각훈련으로 서로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서 하루에 1시간 이상씩 애무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로부터 몇 개월 지나 나타나지 않는 이들 부부 일이 궁금해져 차트에 남겨진 연락처로 전화를 해보았다.

"Y씨 부인이신가요? 어떻게 문제가 해결됐나요?"

"…아니, 그대로예요."

"예? 아직도 해결이 안됐다고요?"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전하자 부인은 "고맙습니다"라며 전화기를 놓았다.

그 후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Y씨 부부. 이것도 사랑의 하모니인가. 서로 절묘하게(?) 조화되어 섹스 없이 잘 지내는 것을 보면….

질경련이란 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질 입구를 꽉 죄는 까닭에 삽입시 서로가 극도로 고통스럽거나 관계가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몰고 가는 현상을 말한다.

질경련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임신은 아예 엄두도 못 낼만큼 성행위를 고통스러워한다.

매우 기이한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질경련은 불감증 다음으로 흔한 여성 성 기능 장애에 속한다.

이 같은 증상은 정신적 쇼크 또는 종교적 억압 등으로 인한 성교공포증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다. 성 행위가 죄라는 생각에 얽매여 여성의 상징인 질을 꽉 닫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부부들은 그들이 자녀 갖기를 원할 때까지는 결코 치료를 위해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질경련은 여러 가지 성 장애 가운데서 가장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대표적인 치료로 골반의 근육들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케켈 트레이닝' 이 있다. 그 다음 질 확대기를 사용하여 서서히 확장시켜 나간다.

질경련을 극복하는 것은 단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의 성교 상대자인 남성 또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남편들은 부인이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자신의 결합을 자꾸 의식하기 때문에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Y씨 부인과 통화를 한 다음 환자를 위한 기도 내용이 또 하나 늘었다.

"그들이 하루 빨리 몸과 마음이 결합되어 애기를 갖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