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목련-부귀공명 상징

어느덧 목련꽃이 만개하는 4월이 돌아왔습니다. 밤새 내린 봄비에 목련 봉오리들이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가지마다 화사한 자태를 뽐낼 것입니다.

항상 이 맘 때만 되면 생각나는 박목월 시인의 시 '사월의 노래'에도 나오는 것처럼 봄에 화려하게 피는 목련꽃을 보면 나무에 피는 연꽃답게 봉오리부터 개화할 때 까지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목련은 북향화(北向花)라고 해서 북쪽을 향해 핍니다. 다른 나무의 꽃이나 잎은 해를 향하고 있는데 목련꽃은 모두 반대로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많은 신화가 그렇듯이 목련의 전설도 못 다 이룬 사랑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어느 한 나라의 임금에게는 외동딸인 공주가 있었는데, 공주는 북쪽 바다의 사나운 신(神)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공주는 자신의 사랑을 찾아 왕국을 빠져나와 먼 북쪽 바다까지 갔으나, 북쪽 바다의 신은 이미 혼인한 상태였습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달은 공주는 그대로 북쪽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습니다.

공주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바로 자신이 혼인했다는 사실임을 알게 된 바다의 신은 자신의 혼인에 대해서도 환멸을 느끼게 되어, 아무 죄도 없는 아내에게도 극약을 먹였습니다.

자신을 사랑했던 두 여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아내의 무덤을 공주의 무덤 곁에 만들어 주었고, 이 후 공주의 무덤에서는 희고 아름다운 백목련이 피어났고, 북쪽 바다의 신의 아내가 묻힌 무덤에서는 붉은 색의 자목련이 피어났습니다.

모두 북쪽 바다의 신을 사랑했던 두 여인의 넋으로 무덤가에 피어난 목련은 죽어서도 북쪽 바다의 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북쪽을 바라보고 피어나고 있나 봅니다.

우리 민화에는 많은 꽃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화에서 등장하는 모란, 목련 등은 서양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소재입니다.

민화에서 꽃은 서양과는 반대로 좋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련은 옥란화(玉蘭花)라고 부를 정도로 공명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비나 군자(君子)를 상징하며 목련의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잎보다 꽃이 먼저 나며 잎과 꽃이 함께 피지 않고 정갈한 맛이 있어 고고한 선비나 군자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선비들은 그만큼 목련이 그려진 민화를 소유하고 싶어 했습니다. 민화를 통해 자신이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와 공명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기를 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목련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옥처럼 깨끗한 나무라고 하여 옥수, 옥 같은 꽃에 난초 같은 향기가 난다고 옥란, 난초 같은 나무라고 하여 목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고 목련,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해서 북향화, 꽃봉오리가 붓끝을 닮아 목필로 불리고 있습니다.

목련꽃과 바위를 그린 민화에서는 목련의 다른 이름인 목필에서 필을 필로 보고, 바위는 수로 보아 둘을 합하여 '필수'라는 뜻으로 반드시 장수하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민화에서 목련을 모란, 해당화와 함께 그려 "집안에 부귀영화가 가득하길 기원" 하며 "귀한 집안에 효자가 나타나기를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성큼 다가온 봄날을 맞아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우리 주변에 활짝핀 목련꽃을 보러 잠깐 여유를 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김치와 막걸리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인 김치와 막걸리를 즐겼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외국인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와 막걸리는 한국적인 음식이라고 일컫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민화도 외국에서도 조금씩 인정을 받고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 색을 입힌 '한국적인' 그림인 만큼 민화가 국내에 대중적으로 활발히 보급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