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원앙도-부부금실과 충절 상징

신록의 계절, 5월입니다.

화창한 요즘 창경궁 춘당지를 가보면 짝짓기 시즌을 맞아 숫 원앙들의 깃털이 한층 화려하고 매력이 넘칩니다.

예로부터 원앙은 항상 부부가 같이 다니며 생활하기 때문에 부부금실이 좋은 새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결혼한 신혼부부의 방에는 원앙 조각상을 놓아두거나 원앙을 수놓은 이부자리를 깔아놓습니다.

이것은 바로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원앙이 신혼부부 및 부부간 금실의 상징이 된 이유는 중국의 수신기에 기록된 고사성어 원앙지계(鴛鴦之契)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강왕이 신하인 한빙의 아내 하씨가 너무 탐이나 후궁으로 삼아버렸고 한빙의 보복이 두려워 그를 변방에 성을 쌓는 일을 맡겨 쫓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애정이 얼마나 애틋하던지 하씨는 강왕에게 몸을 맡겼지만 마음만은 절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빙은 분을 이기지 못해 자결을 하였고 이 소식을 들은 하씨도 강왕이 보는 앞에서 높은 누각에 올라 투신자살을 하게 됩니다.

그 광경을 본 강왕은 화가나 두 사람의 무덤을 마주 보이는 산언덕에 묻었습니다.

얼마 후 각 무덤에서는 나무가 자라면서 줄기가 가까워지더니 나무뿌리까지 엉키면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되었는데, 그 나뭇가지에 새 한쌍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살았는데 사람들은 바로 이 새를 한빙과 하씨가 죽어서 새로 변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후 세상 사람들은 한빙과 하씨의 금실이 너무 좋아 새로 환생한 것이라고 하여 원앙새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민화 속에서도 원앙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원앙을 그릴 때는 반드시 한쌍을 그렸습니다.

수컷인 원(鴛)은 왼쪽에, 암컷인 앙(鴦)은 오른쪽에 그렸습니다.

민화 속에서 원앙은 짝을 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 하여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새로서 다복한 복록의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원앙을 소재로 한 이불과 베개, 노리개, 문양 자수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앙새가 민화 속에서 연꽃, 연밥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때는 귀한 아들은 낳는다는 연생귀자(連生貴子)를 뜻하며, 연밥 위에 앉아 있을 경우에는 향시(鄕試)와 전시(殿試) 과거에 연달아 합격한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더 나아가 원앙새는 군신간의 충절과 친구 사이의 교분을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민화속에서 표현된 원앙새의 의미와는 달리 재미있게도 실제로 숫원앙들은 짝짓기를 끝내고 금새 다른 암원앙들을 따라 가며, 멋진 깃털을 세워가며 유혹하는 모습들에서 원앙은 바람둥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옛날부터 신혼부부에게 목각 원앙을 주며 원앙처럼 살라 했지만 원앙새들은 엄청난 바람둥이 녀석들이기에 예쁜 모습은 닮아도 바람둥이 기질은 닮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우리 선조들이 민화속에서 원앙을 좋은 의미로 재해석하여 표현해 놓은 것 같습니다.

예쁜 원앙들의 봄 마중 나들이 모습을 보시려면 창경궁 춘당지에 한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