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제약업체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점차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들을 뜯어보면 그 골자는 생동성시험을 거친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가 많이 팔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이익도 많이 남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특혜성 공약'이다.

생동성품목 우대조치는 △보험약가 차등지급 △입찰시 우선구매 제도화 △처방약목록 등재 및 적극사용 권장 △성분별 생동성 입증품목수가 일정수준 도달시 성분명처방 실시 등이다.

이번 식약청의 방안은 외견상으로 보아 제약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꽤 괜챦은 유인책으로 보인다.

이중에서도 성분별 생동성 입증품목이 일정수준 도달시 성분명 처방을 실시토록 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눈에 띤다.

정부차원에서 성분명처방을 하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꺼내든 것은 아연 도전적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성분명처방 문제는 의료계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성분명처방은 처방에 따른 경제적 이윤동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중대 개혁사항인 것이다.

성분명처방은 약사가 의사의 사전 또는 사후 동의없이 동일성분내에서는 얼마든지 약을 골라쓸 수 있는 제도이다.

이는 곧 현 약사법상 규정된 대체조제 관련조항을 모두 뒤집거나 아니면 별도의 규정을 신설하는 등으로 약사법상의 분업관련 핵심조항을 전면 개정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가 이같은 성분명처방을 추진하고자 할 경우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모를리 없음에도 들고나온 의도는 이해가 간다.

생동성시험 품목을 확대해 국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의약품이 투약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근저에 깔려 있을 줄로 안다.

생동성시험의 취지가 제네릭 또는 카피의약품의 품질을 오리지널과 최소한 동등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있음을 왠만한 사람이면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번 방안에서는 제약사들이 생동성시험 적합품목에 대한 대체조제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약사법상 규정들을 조목조목 열거해 보여주었다.

열거된 조항들을 보면 △대체조제시 사전동의 및 사후 통보조항(약사법제23조의2 제1항, 제4항) △대체조제한 의약품에 의한 약화사고 발생시 책임소재(약사법제23조의2 제5항) △의사의 "대체조제불가" 표기 가능(약사법제23조의2 제2항제1호) △환자에게 대체조제 사항에 대한 고지 의무(약사법제23조의2 제2항) 등이다.

정부는 생동성시험 카드를 통해 의약분업 제도의 골간을 뒤바꿀 수 있는 성분명처방 해법을 들고 나온데 대한 대단히 큰 중압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특정성분내 품목들이 오리지널 또는 대조약과 동일한 수준의 약효나 부작용 관련 임상자료가 확보되면 약의 선택권을 약사에게 위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정책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내 생동성시험에 대한 수준제고가 가장 절실하다.

만약 생동성시험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될 경우 또다시 약의 선택권을 놓고 의사, 약사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됨은 물론이다.

특히 성분명처방에 따른 부작용발생시 책임소재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할 곳은 의사도 약사도 아닌 생동성 시험기관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된다.

이번 방안에는 생동성시험 중장기 확대방안으로 품목 허가시 성분별 생동성시험 실시 의무화 방안도 담겨 있다.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가급적 모든 의약품에 대해 허가시부터 아예 생동성시험을 거치도록 의무화 해 전면적인 성분명 처방으로 가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우수의약품만 유통되는 걸름장치가 확보되면 약사에게 약의 선택권을 주겠다는 의지를 의료계가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미지수다.

생동성시험을 의무화하는데 따른 약가인상 유발요인을 보험재정 적자로 허덕이는 정부가 인정해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의아하다.

생동성시험 입증을 받기 위해서는 품목당 수천만원의 자금은 물론 수개월간의 시간과 인력이 추가 투입되는 등 비용유발 효과가 대단히 크다.

생동성품목에 대해 보험약가를 차등화 하겠다는 것도 역시 보험재정 절감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들을 극복하고 생동성시험을 활성화 해 궁극적으로는 성분명 처방을 추진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정부의지에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의약분업 시행 1년 6개월을 맞은 시점에서 나온 성분명처방 카드가 단순히 생동성시험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미끼로 나왔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