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은 우리 몸의 양쪽 옆구리 등쪽에 위치한 주먹 크기의 장기로 미세혈관 덩어리와 세뇨관으로 구성된 '슈퍼 정수기'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180리터의 혈액을 여과, 혈액 속에 있는 노폐물과 독소 및 불필요한 수분을 제거해 몸의 균형을 이루고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 한다면 몸이 붓고 궁극적으로는 요독증과 신부전증을 일으킨다.

만성콩팥병 치료에는 고혈압, 당뇨병, 그리고 신장염과 같은 원인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콩팥을 구성하고 있는 미세혈관의 노화와 손상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부전증 진행에 따른 요독성 대사산물 축적과 산화성 스트레스 증가로 인한 미세혈관 파괴는 콩팥 조직으로의 산소와 영양소 공급을 차단하고 만성신부전증 진행을 촉진한다. 따라서 콩팥 미세혈관의 노화 및 손상을 방지하고자 다양한 약물요법과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노력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번 고찰에서는 대표적인 약물요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경구용 요독 물질 흡착제

인독실황산염은 위장관 내 음식물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요독성 물질로 미세혈관과 세뇨관의 산화성 스트레스를 증가시켜서 혈관세포 손상과 콩팥 조직 섬유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신부전증에 동반된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한다. 경구로 복용하는 흡착제들 (크레메진, 레나메진)은 이와 같은 요독성 물질을 위장관에서 선택적으로 흡착해 체외로 배설시켜서 미세혈관 손상을 억제한다. 아직까지 장기간 효과를 나타내는 임상연구 결과가 부족하나 현재 대규모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스타틴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를 통한 고지혈증 치료 작용 이외에 항염증 및 항산화 작용을 통한 혈관내피세포 기능을 개선해 혈관노화를 방지한다. 최근 9000명 이상의 만성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SHARP 임상연구에서 스타틴계 약물 복용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따라서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거나 당뇨 등의 고위험인자를 가진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스타틴 복용을 추천하고 있다.

항산화제

만성콩팥병 환자는 각종 요독 물질과 염증반응 증가로 산화성 스트레스가 증가된 상태다. 이와 같은 산화성 스트레스는 혈관세포를 손상시켜서 혈관계 합병증 발생 증가에 기여한다. 따라서 건강하고 젊은 혈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항산화제 약물 치료가 시도됐으나 아직까지 항산화제 치료의 유용성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대표적인 항산화제 약물로 비타민 C와 비타민 E가 많이 연구돼왔으나 통상 용량에서는 별다른 심혈관계 보호 작용을 나타내지 못했다. 항산화 비타민들은 개별적인 항산화 능력이 있으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더 효과적인 항산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비타민 E와 C를 복합투여 하는 것이 추천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적절한 용량의 비타민 E나 C의 복용은 대체로 몸에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N-acetylcysteine (NAC)는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내인성 항산화제의 전구물질로 알려져 있다. NAC는 인독실황산염에 의한 활성산소 증가를 경감시키고 투석 치료 중인 말기신부전증 환자에서 항산화 작용을 나타냈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소판이 혈관벽에 엉겨 달라붙지 않도록 하고 심혈관에 좋지 않은 중성지방과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서 심혈관질환 예방 작용을 한다. L-carnitine의 경우도 혈액투석 환자에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빈혈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항산화제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비타민을 비롯한 항산화제 약물들은 단지 보조 치료제라는 점이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고혈압 약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경구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 같은 약물 치료가 최우선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비타민만을 과신하고 메가 비타민요법 같이 검증되지 않은 과다한 용량을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혈관 노화나 손상을 억제하는 것은 신부전증 악화와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현재 경구용 요독 물질 흡착제, 스타틴, 그리고 항산화제를 이용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수년 안에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