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등 복합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온 70대 남성환자가 이뇨제를 추가 복용하다가 심정지 발생 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부는 감정결과를 토대로 이뇨제를 추가 처방하기 전에 전해질과 신장기능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처방기관의 잘못이 있다고 판정했다.

21일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이 환자는 심부전, 고혈압, 당뇨, 심방세동 등으로 피신청인 병원 순환기내과에서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진료받았다. 후두암 병력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7월 2일 기존 질환으로 외래진료를 받은 뒤 종전 복용약에 프로세마이드(이뇨제)가 하루 1회에서 2회로 증량되고, 스피로노락톤(이뇨제)이 추가된 경구약 35일분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앞서 같은 해 4월23일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상 혈중칼륨 수치는 5.2mmol/L로 측정됐고, 7월2일 진료 당시엔 혈액검사 중 전해질검사는 하지 않았다.

이 환자는 경구약 복용 후 2~3일이 지나면서 가슴이 '먹먹하다', '답답하다' 등의 말을 하면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같은 달 10일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이송된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후 측정한 혈액검사에서 혈중칼륨(K)이 7.8mmol/L까지 상승된 게 확인됐다. 최초 심전도상 리듬은 PEA(무맥성전기활동)였다.

이 환자는 심폐소생술 후 자가순환회복이 됐지만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다가 같은 달 24일 사망했다.

환자 유족은 처방의료기관을 상대로 치료비, 장례비 등을 포함해 총 3억원을 배상하라며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했다.

의료중재원은 이 사건을 의약품 처방의 적절성, 추적 검사의 필요성, 설명의 적절성, 의약품 투여와 심정지 간 인과관계 등 4가지 측면에서 검토했다.

먼저 의약품 처방의 적절성에 대한 의료중재원의 의학적 판단은 "중증의 심장기능부전 환자에게게 스피로노락톤을 추가 처방하고 프로세마이드를 증량시킨 처방 자체는 적절했지만, 이 환자의 경우 스피로노락톤 추가 처방에 앞서 혈액검사를 통한 전해질 및 신장기능 검사가 시행되지 않은 점은 잘못"이라고 했다.

추적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식약처의 사용상 주의사항을 보면 스피로노락톤과 같은 약물을 처방할 때는 혈중 칼륨수치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언급돼 있고, 특히 이 환자의 경우 혈중 칼륨수치와 신장기능에 대한 투약 전 검사와 투약 후 정기적인 추적 검사 확인이 반드시 이뤄져야 했지만 이 과정이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설명의 적절성과 관련해서는 "환자의 요구(70일분)가 있었다고 해도 스피로노락톤은 중증 심장기능부전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약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투여해야 하고, 지속적인 수치관리 필요성 등을 설명해야 했지만 설명의 의무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의학전 판단을 내렸다.

이런 의견은 법률적 검토결과와 거의 유사했다.

반면 인과관계 쟁점에서는 의학적 판단과 법률적 검토가 상반되게 나타났다.

우선 의학적 판단에 대해서는 "부검이 실시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중증의 심장기능 부전이라는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질환 자체가 더욱 악화돼 심장박동정지가 발생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법률적 검토에서는 "환자는 급작스런 심정지를 초래할 수 있는 중증의 심부전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었으므로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신청인 병원 의료진의 행위와 환자에게 발생한 심정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의료중재원 조정부는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27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고, 당사자 모두 동의해 조정은 성립됐다.

의료중재원은 "당사자 사이에 형평을 맞추고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의학적, 법적 판단 기준을 제공해 양 당사자가 자발적인 의사결정으로 상호 양보해 원만하고 신속히 분쟁이 해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