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의 명약인 우황청심원이 속빈 강정이 돼가고 있다.

전 국민이 두통 어지럼증 고혈압 등에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천연물 대신 들어가는 대체처방약물의 약효가 종래의 것에 비해 도대체 신빙성이 안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대형약국에서 한환에 고작 1천원대에 판매되는 약이 함유량을 얼마나 충족시킨 것인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심지어 약을 판매하는 약사까지 그 효능 효과에 의심을 가질정도로 약국가의 대표적 덤핑품목으로 자리매김한지 이미 오래다.

또한 우리나라가 지난 93년 7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3년동안 사향,웅담 등 널리 쓰이는 한약재에 대해서는 협약의 의무적 이행이 유보됐으나 지난 96년 10월 유보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사향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던지라 사향진품여부에 의혹 을 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우황첨심원 등 사향 함유제제에 가짜 사향 사용은 물론 함량 미달 등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사향 진품 여부에 대한 정확한 색출작업을 펼칠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CITES협약에 따라 내년부터 기존 확보된 물량을 제외하면 천연사향은 구경조차 할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5백50억원대 규모의 국내시장을 놓고 쟁탈전을 펼치는 조선무약 광동제약 삼성제약 등 우황청심원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천연사향을 대체할 처방을 마련했으나 인공대체물질이 천연물질의 약효를 얼마나 흡족하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황청심원 약효 믿을수 있나]

현재 약국에서 팔리는 우황청심원은 동의보감에 적혀있는 30여종의 생약중 광물성생약으로 연용할 경우 중금속의 우려가 있는 ▲주사(황화수은) ▲석웅황(비소화합물) ▲서각이 빠져 있다.


또 아주 고가인 약재와 희귀생약 몇가지가 빠져 28가지다.

우황청심원의 핵심약재는 다름 아닌 우황과 사향이다. 우황은 소 산양 영양 등의 담낭에 병적으로 생긴 응결물을 말린 것으로 예부터 뇌졸중(중풍) 고혈압 졸도 등의 위급상태에 처방된 기사회생의 영약이다.

우황의 주성분은 빌리루빈, 데속시콜린산, 콜린산 포합형담즙산이다. 심장박동을 강하게 하고 혈액 순환을 증진시키는 강심작용이 있으며 진정 해열 진경 항염증 작용도 갖고 있다. 열성질환 신경계질환에 잘 들어 소아의 경기 전간 마비에 효과가 탁월하다.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배꼽과 생식기사이의 향낭속에 들어있는 선분비물을 말린 것으로 방향성케톤인 L-무스콘이 주성분.

L-무스콘은 사향의 40여가지 성분중 하나이며 중량으로는 2.0%를 차지한다. 이 성분은 강심 이뇨 항염작용을 한다. 심장쇠약 혼수 인사불성 정신장애 소아경련 소아복통 등에 좋다.

한의학계에서는 사향하나를 빼면 우황청심원이 이도저도 아닌 약이 될 것이라고 믿는 이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우황청심원은 원래의 동의보감처방을 따른 것이 아니라며 약효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는 수치(水治 :물로 여러번 씻고 굴려 독성을 없애는 작업)를 잘해서 쓰면 주사나 석웅황이 전혀 위험할게 없고 뛰어난 약효를 낸다고 주장하며 지금도 첨가해 사용한다.

약사법에는 이들 광물질 생약이 위험하다해서 의약품 첨가성분으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은 의료인 개인의 신념아래서는 어떤 치료나 처방도 가능하며 문제가 야기됐을 경우에 의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따라서 허용만 된다면 서각과 사향도 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기(氣)와 조화를 근간으로 하는 한의학의 풍토상 당연한 얘기다.

소수지만 어떤 학자는 사향하나 정도 뺀다고 해서 약효에 이렇다할 하자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다른 약재가 사향의 역할을 보완할수 있다는 논리다.

[사향대체물질 약효 동등할까 ]

조선무약 등 3개제약사가 내놓은 사향대체처방에 대해서도 약효의 동등성문제가제기되고 있다.

조선무약은 이미 지난 6월말 사향대체물질인 'L-무스콘'으로 만든 우황청심원을 공식적인 언론보도나 광고 없이 시판했다.

L-무스콘의 경우 2%짜리 성분이 나머지 98%성분의 효과를 대신한다는게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L-무스콘은 오히려 향수에 들어가는 대체물질로 적합하다는 혹평도 있다.

광동제약의 영묘향은 아프리카 원산의 사향 고양이 향낭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사향과 유사대체생약 으로 예부터 많이 사용돼왔다. 영묘향의 주성분인 시베톤은 L-무스콘과 분자식이 많이 닮았다.

광동측은 영묘향이 천연이고 사향과 같은 동물생약이라 천연사향과 가장 효과가 맞먹을 것 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또한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삼성제약은 일본약학계에서 사향과 비슷한 효능을 낸다고 인정한 장뇌 석창포 안식향 등의 3가지 식물약재를 조합해 천연사향을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장뇌는 녹나무의 가지를 말린 것으로 심장 및 호흡중추를 흥분시키는 약재다.

안식향은 방부제로 자극제 거담제이며 석창포는 뇌를 맑게 해주고 안정시킨다는 약재로 이들 세가지를 합치면 천연사향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어떤 대체물질도 천연사향을 완벽하게 대신할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우황청심원에 함유된 사향은 진품이냐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논란과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향을 아예 못쓰게 됐으니 이런 논쟁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더 이상의 약효논쟁도 무의미해져 버렸다.

오히려 여러차례 처방이 변경됐지만 최선의 약효를 유지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우황청심원의 품질관리를 엄격히 해서 기준이하의 약재를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황청심원 만병통치약 아니다]

우황청심원은 기사회생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런데도 주위에서 중년이상의 많은 성인들이 우황청심원을 비타민처럼 복용하는 것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두통약을 많이 먹으면 갈수록 두통이 약화되고 만성화돼가듯이 우황청심원은 중추신경 자율신경 호흡기 순환기에 고루 작용하는 약이므로 남용하면 후유증이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내성이 생겨 정작 필요할 때 약발이 서지 않을수 있다.

또 머리가 어지러울 경우 우황청심원만 먹고 증세가 나아진다고 해서 병의 뿌리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병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한편 급성뇌졸중으로 인사불성인 환자에게 먹이면 우황청심원이 기도를 막거나 폐렴을 유발할수 있다. 아무리 좋은 명약이라도 필요할때만 신중하게 복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소비자가 지나치게 우황청심원을 과신하고 남용하지 않도록 계몽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