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사회가 또다시 정부의 '의약품관리료 체감제' 도입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의약품 관리료는 약국의 경우가 조제 투약일수당 100원이고 의료기관은 입원환자 투약일수 기준으로 종합전문병원 1,490원, 종합병원 1,040원, 병원 580원, 의원 370원 등이다.

이중 약국의 의약품관리료 체감제는 현행 투약일수 1일당 100원씩 증가하는 방식을 장기처방으로 갈수록 관리료를 대폭 줄여 전체적인 관리료 지급규모를 약 50% 이상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정부는 약품 관리료를 줄여 보험재정을 절갈하겠다고 보험재정안정 추가대책을 통해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나선 바 있어 시행의지가 매우 강력하다.

우리는 여기서 약국의 약품관리료 체감제에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분명히 있다.

약품관리료 체감제를 시행하면 약국조제수가 인하효과가 약 10%, 약국의 전체적인 순수익 감소는 약 30% 이상 각각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문전약국은 수가인하효과가 15%, 순수익 감소효과가 50% 이상으로 각각 늘어난다. 반면 1일 평균 30건 미만인 동네약국은 수가인하효과가 4~5%에 불과해 대조적이다.

약품관리료 체감제가 순수한 보험재정절감에 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문전약국을 타켓으로 하는 것처럼 부각됐다.

분업이후 철저히 소외돼온 동네약국을 살리고 문전약국의 위세(?)를 줄여 이른바 '약국의 하향 평준화'를 위한 고심에서 나온 의도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동네약국에도 어느정도 타격이 가는 만큼 동네약국에 아량을 베풀기 위한 정책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약품관리료 체감제는 그동안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문전약국과 동네약국의 앙금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또 하나는 약품관리료의 적정성 문제이다. 약품관리료에 메스를 들이댄 의도가 관리료 수준의 면밀한 검토없이 보험재정 보따리만을 생각해 '쌈지돈 아끼기'식의 발상으로 뽑아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약품관리료는 구매·관리 등과 관련된 인건비 및 약품 로스율 이외에도 정부의 잦은 정책변경과 오류에 따른 의약품과 관련된 손실금도 포함돼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잦은 처방교체, 소포장 미비, 향정약 손실, 의료보호 청금금액 지급지연, 보험약가 인하, 보험약에 대해 소득세 원천징수, 신용카드 수수료 등도 관리료에 엄밀히 함축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처방일당 100원씩 증가하는 금액을 깍을 여지가 전혀 없다.

전체 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쌈지돈에 불과한 돈을 아끼려다 장기처방이 숨어버린다면 만성질환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약국입장에서 3일분 처방 2건(7,500원)을 받는 것이 30일분 1건(7,100원)을 받는 것 보다 수가면이나 약제비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환자들은 30일분 약을 못타고 3일분 약을 병원과 약국을 10번씩 오락가락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약품관리료 체감제를 실시하면 약 500억원의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막상 시행후에는 이처럼 그 이상의 직·간접 사회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대한약사회와 병원협회는 이미 약품관리료 체감제 시행과 관련해 일방적인 수가인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약사회 전국 시도지부장단은 22일 긴급 회의를 갖고 체감제를 시행하면 의약분업에서 완전 철수할 것을 결의했다.

30여곳의 조제전문약국 약사들도 이날 토론회를 갖고 복지부 장관을 항의방문했다.

내달부터 시행예정이던 일정이 다소 연기된 것으로 알려져 한숨을 돌리겠지만 일정을 더 늦춰서라도 충분한 분석과 연구, 광범위한 여론수렴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