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용어인 OTC(Over The Counter)란 용어는 본래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럽고 당연스럽게 사용하는 표현이 됐다. 약국은 물론 제약회사, 도매상, 의료기관, 정부, 언론 모두 OTC란 용어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식 용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사회에서 OTC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었지만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그렇다면 OTC란 용어를 배척하지 말고 받아들여 우리의 공식 용어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식 약국처럼 운영되는 곳도 없지 않으니 OTC 용어를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법도 하다.

그러나 OTC란 용어를 받아들임으로써 약국과 약사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음을 곱씹어 봐야 한다. OTC는 직설적으로 바꿔 표현하면 약사가 필요 없는 약이다. 소비자들이 약사의 영역 밖에 진열된 판매대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약이 OTC다. 다시말해 약사의 손으로 건네질 필요가 없는 약이란 의미가 OTC란 용어에 담겼다.

이 용어를 사용하면 할수록 OTC 범주에 들어갈 의약품은 당연스럽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약사 영역 밖의 약물은 수퍼판매로 연결되는 현실이 아닌가. 소비자가 OTC를 약국 안에서 선택하는 것이나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선택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약사들마저 OTC란 용어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다. 약사가 관여하지 않고 권매하지도 않는 OTC가 진열대에 많아질수록 약사직능의 범위는 좁아진다. 이는 수퍼판매 반대명분 조차 위협을 받는 일이다. 약사들은 이제부터라도 OTC를 약사 영역 안에서 잡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OTC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벌일 필요가 있다.

OTC Drug 내지는 OTC Medicine란 용어 보다는 ‘일반의약품’으로 부르는 노력을 약사뿐만 아니라 약업계 모든 종사자들이 함께 해야 한다. 약사들은 특히 일반약을 판매할 때 환자들에게 세심한 배려와 상담을 해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소비자가 지명구매를 할 경우라도 약사는 복약지도를 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물론 일반의약품은 자가요법(Self-medication)으로 사용될 수 있는 약물이다. 약사의 도움 없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하고 복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 일반약이다. 하지만 자가요법에 사용되는 약이라고 해도 약사의 도움이 있다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약물복용이 가능하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지역적으로 광활한 탓에 드럭스토어가 발달해 OTC가 일반화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우리는 미국과 환경이 다르다. 대문만 나서면 약국이 보이고 약사를 쉽게 만난다. 소비자들은 굳이 약국에서 약을 사면서 식료품을 고르듯 할 이유가 없다.

제약회사들도 침체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서는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만 의존해서는 일반약이 활성화되는데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약사들이 일반약에 애정을 갖는 시작은 OTC 용어사용을 자제하는 일이다. 데일리팜도 향후 모든 기사에서 OTC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