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폐업이 장기화되면서 감기 등 경미한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들까지 응급실을 찾고 있어 종합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9일 대형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복지부로부터 응급실 내원환자에 대해 응급관리료 부과금지 협조공문을 접수한 후 응급실 이용률이 최고 6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은 평소 응급환자가 하루평균 150∼160명이었으나 최근 60%정도가 급증한 260명까지 늘었다.

이중 응급처치후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는 100명에 불과한 반면 160여명은 간단한 처치만으로 치료가능한 환자라는 것이 응급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중앙병원도 평소 150명중 입원이 필요한 응급환자 10여명과 2차의료기관에서 치료 가능한 20여명을 제외한 120여명은 경증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의도성모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응급관리료를 부과하지 않는 대형병원들의 응급실 이용률이 평균 20∼30%정도 증가했다는 것.

이러한 현상은 '응급의료기관 비상진료체계 가동 유지철저'라는 제하의 협조공문을 복지부가 지난 11일 발송한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 응급실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종합병원의 경우 의료계 폐업종료시까지 응급실 이용환자에 대해 응급의료관리료 부과를 금지하고 응급증상 이외의 환자가 내원하더라도 응급환자에 준해 적극적인 진료를 당부했다.

이와관련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경증환자들이 처방전 수용을 위해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며 "비응급환자에게 응급관리료를 부과하도록 고시한 정부가 이를 스스로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지어 무좀 환자들까지 내원하고 있다"며 "3차진료기관이 전문응급의료센터로 위상을 갖도록 정부가 응급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S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 응급의학과장들은 복지부의 협조공문에 관계없이 비응급환자에 대해 응급관리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