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의료계 내분이 정점에 치닫고 있다.

의료계 내분은 의약분업 및 보험약 실거래가제 등 현안에 대한 의협 집행부와 시도 의사회 및 회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미 봉합이 어려운 상황으로 확대됐다.

의료계 내분은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인 김재정 서울시의사회장이 의협 집행부와의 갈등으로 지난 24일 사퇴를 표명한데서 그대로 표출됐다.

김 회장의 사퇴는 임기 3개월을 남겨둔 유성희 회장의 중도사퇴도 예견되는 상황을 맞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정부 투쟁 및 적정수가 산출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자칫 내분으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내분은 의약분업 협의과정에 대한 내부이견 및 실거래가제 시행 등으로 병·의원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사실상 예견돼 왔다.

특히 의약분업 실행안이 의사협회 회원들의 뜻에 크게 반하자 유성희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불만 여론이 거세졌다.

일부 지방의사회에서는 탄핵 설과 함께 극단적 퇴진 주장도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이후 의사들의 불만은 지난 11월30일 장충체육관에서 폭발했고 부산과 경남의사회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 구성 안건이 급부상됐다.

비대위는 현 집행부를 부분 참여시키고 전권은 비대위가 행사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 홍보 강화도 세부시행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대신 의권쟁취투쟁위원회가 의협내 공식 기구로 지난 22일 발족했다.

위원장은 김재정 서울시의사회장이 맡았고 김동준 개원의협의회장 등 17명의 위원이 참여했다. 의협에서는 김종신 정책이사와 한광수 공보이사가 위촉됐다.

의투위는 정부에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재원 확보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7개항의 요구사항을 공개 제시했다. 의투위는 만약 1월15일까지 이같은 제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공식화하는 등 정부와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의투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정 서울시의사회장이 24일 전격 사퇴를 선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재정 회장의 사퇴에는 다양한 해석이 뒤따르고 있지만 의협 집행부와의 갈등이 주 요인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는 의협이 의투위를 공식 기구가 아닌 의협 산하 위원회로 인식한다는 측면과 재정적 지원에 대한 소극적 태도 및 유성희 회장의 불분명한 거취 표명 등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실질적인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을 수행하고자 하는 김재정 회장은 의협이 도외시하고 힘이 실리지 않는 자리를 던져버린 셈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김재정 회장이 많은 의사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당사자가 사표를 던졌다. 이는 유회장에 대한 마지막 카드로 인식되고 있고 향후 두 사람간의 승부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