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의협의 향후 대 약사정책


올해 의약계의 상황은 예년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의협은 과거 10년간 정부로부터 소외당한 설움을 한꺼번에 풀어내겠다는 심산인 반면 약사회는 회장선출을 둘러싸고 직·간선제 내홍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의협은 약사회의 내홍을 기회삼아 대대적인 역공을 취함으로써 각종 쟁점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성분명처방 확산 저지”…대체조제 관련 처벌강화 추진

20일 열린 의협의 제60회 정기총회에서도 이같은 전략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미 대의원들에게 보고됐던 2007년도 수임사항인 의약간 쟁점현안과 향후 대책은 모두 강력히 추진키로 결의했다.

성분명처방은 의약간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다. 지난해 9월17일부터 국립의료원(NMC)에서 진행돼온 시범사업에 대해 의협은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정권과 여야가 뒤바뀐 정치적 상황을 최대한 활용, 6월말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성분명처방을 저지해나갈 방침이다. 5월말 또는 6월초 성분명 반대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시민단체 및 환자단체와 연계해 정부와 NMC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필수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반대여론 형성도 병행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성분명처방 및 대체조제로 인한 약물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고 분기별 NMC 성분명 시범사업 평가결과 수집 및 자체분석, 외국의 성분명처방 실시사례 등 성분명처방의 문제점 분석 및 연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약사의 대체조제를 막기 위해 약사법상 대체조제 후 사후통보 불이행시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고, 대체조제 근절을 위한 대회원 행동지침 및 안내문을 배포할 예정이다.

국회 차원 분업 재평가 추진…조제선택권 국민에게

의협은 벌써 몇 년간 미뤄져온 의약분업 재평가도 올해 반드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평가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논란에 막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분업평가를 국회에 맡긴다는 구상이다.

국회차원의 범국민적 재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추진,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평가가 실시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태조사와 외부용역, 설문조사 등 연구조사를 통해 분업평가와 관련된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홍보자료 및 지침서 제작과 일간지 광고까지 기획하고 있다.

의협 박정하 의사무이사는 “(의약분업에 대한) 과거의 평가는 정부 의도에 따라 이뤄진 것만 있다”면서 “국회가 재평가단을 구성해 분업이 잘못됐다는 것을 밝혀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와 관련 국민에게 조제 선택권을 부여하고 의사의 자율권 확대를 위해 ‘국민조제선택제도’로 분업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할 방침이다.

약사 불법조제 발본색원…일반약 슈퍼판매 확대까지

의협은 또 약사의 문진과 임의조제 등을 불법의료행위로 규정,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약사법상 약사가 처방전 없이 임의조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약사 등의 불법진료행위를 의료법 제25조 제1항 및 제66조에 의해 ‘무자격자 진료’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의협의 구상이다.

이를 위한 근거마련을 위해 약사의 불법조제행위 사례 및 위험성과 관련된 자료수집, 필요시 시민단체와 연계, 사이버 홍보활동 강화 등 추진할 계획이다.

의협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이슈가 되고 있는 일반약 슈퍼판매 확대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일반약의 경우 정부에서 밝힌 ‘소화제’나 ‘정장제’보다 확대된 해열제나 종합감기약까지 밀어붙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사안의 경우 자칫 국민들이 ‘의사의 실익 때문에 슈퍼판매를 추진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국민편의’ 차원이라는 것을 적극 알려나가기로 했다.

보건소장에 약사·간호사 "NO"…지역보건법 개정반대

여기에 복지부가 의사 이외에 약사나 간호사 등도 보건소장에 임명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지역보건법 개정에도 반대하기로 했다.

현재 지역보건법시행령 제11조(보건소장)에는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를 가진 자를 우선 임용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보건사업을 총괄하는 보건소장의 직책은 의료전문가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의협은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 248개 보건소의 장 가운데 의사는 121명(2006년 5월말 기준)에 그치고 있어, 보건소장 임용시 반드시 의사면허 소지자로 채용토록 관련법을 개정해나간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협의 공격적 전략은 약사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 정부로의 교체, 여야 교체 등으로 인한 정치 지형의 변화가 의료계에 힘을 실어주는 반면 약사사회에는 역풍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의협이 담장 너머에서 공고한 방어진을 구축하고 약사회를 향해 포신을 겨누면서 내심 '간선제 회장'을 희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약사회가 내홍을 빨리 수습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경우 향후 5년 의료계는 약사사회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