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남녀 17%가 약물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20세 이상 남녀 4095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4대 중독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2014)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17%(697명)가 최근 1년간 약물을 오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보건복지포럼 10월호에 게재된 '약물오남용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수록됐다.

비의학적이거나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의료를 벗어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약물오남용이다.

채선미 전문연구원은 일상에 노출된 처방약이나 일반약(OTC)에 대한 약물오남용 문제의 심각성이 충분히 강조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연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1개 이상 있고, 이 약물을 질병치료가 아닌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였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체 응답자 4095명 중 697명으로 17%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0.7%로 오남용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연령별 오남용률은 30대 18.4%, 40대 16.1%, 50대 13.4%, 60대 11.4%로 나이가 많을 수록 오남용 빈도가 낮았다.


거주지별로는 약물접근성이 높은 대도시(18.4%)에서 가장 높았다.

직업별로는 직업이 없는 경우보다 직업이 있는 경우가 높았다. 육체노동자(19.2%), 비육체노동자(17.9%)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지속 사용중인 약물은 응답자의 20.1%가 진통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침, 감기약이 18.5%로 높았으며 카페인 성분이 포함된 자양강장제(15.1%), 항히스타민제(10.4%)가 뒤를 이었다.

변비약은 4.3%, 살 빼는 약이 3.6%, 신경안정제가 3.4%, 수면제가 2.8%, 발기부전치료제가 0.9%였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약물 오남용 비율에 차이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약물오남용 문제가 더 컸다.

현재 자신의 신체적 건강상태를 좋다고 생각하는 집단에서 약물오남용은 14.0%였던 반면, 나쁘다고 생각하는 집단에서는 23.7%로 높았다.

정신적 건강상태의 파악 지표로는 우울증 척도를 사용했는데 우울 점수 정상군의 약물오남용이 12.9%였던 반면, 위험군은 36%로 3배 가까이 높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경우에도 거의 느끼지 않거나 조금 느끼는 경우보다 2배 이상 약물오남용 위험이 컸다.

특히 지난 1년간 자살 충동을 느낀 응답자의 약물오남용률은 27.6%로 자살생각을 하지 않았던 응답자 대비 2배 높았다.


채수미 연구원은 "약물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경우 판단력이 흐려져 불법 의약품 사용, 범죄, 교통사고 등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며 "약물오남용 실태 점검을 위한 국가 주도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