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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는 항암제 가격, "이대로는 안돼"
기사입력 : 17.06.29 06: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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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암정복포럼 열려...고가 항암신약 재정독성 해결방안 논의



 ▲28일 포럼에서 발표된 슬라이드

옵디보 1만 3100 달러, 키트루다 1만 3000달러, 바벤시오 1만 3000달러, 티쎈트릭 1만 2500달러.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된 면역관문억제제의 한달 약제 비용이다. 약제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한달에 1500만원을 호가하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5년 기준 586개에 달하는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향후 고가의 항암신약을 도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부담은 헤아리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전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건강보험재정 절감과 보장성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쫓아야 하는 정부와 임상전문가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져 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신약개발이 암과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되면서 항암제 심의사례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항암제의 가격이 천문학적 수준까지 오르면서 암환자 1명에게 소요되는 연간 항암제 비용도 5년 새 3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10~11, 2.1백만원'→15~16 2.8백만원)

 ▲김흥태 단장

최근 나온 항암신약들의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이 탈모와 구토 증상을 유발하던 기존 항암제들의 부작용 만큼이나 무섭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기획단이 제62회 #암정복포럼의 주제로 '고가 항암신약의 재정독성 해결방안(1)'을 선정한 건 이러한 연유에서였다.

혁신적인 고가항암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험분제가 도입됐지만 진료현장에선 여전히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항암신약들이 건강보험에 등재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등재율 역시 낮다는 암환자들의 어려움도 반영됐다.

김흥태 암정복추진기획단장은 개회사에서 "OECD 수준에 맞게 항암제 급여율을 높이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고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진료현장에서 피부로 느낄만한 개선효과는 없었다"며, "재정독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 같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차책임은 제약사…"약가인하" 촉구= 이날 포럼은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천문학적인 약값을 매긴 뒤 이윤을 챙기고 있는 제약사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최근 도입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일부 암환자들에게 효과를 나타낸 건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생존율 증가 효과는 미미했다는 지적. 약제비용이 이미 허용가능한 범위를 넘어, 가격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비판들도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연자로 나선 김흥태 단장은 "항암신약의 가격이 과연 적정한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영국의사협회지(BMJ 2016;355:i5792)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항암제가 암환자 5년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 비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특히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고환암과 호지킨림프종, 자궁경부암, 림프종, 난소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의 경우 5년 생존율 2.3%, 생존기간을 3개월 연장시키는 데 그쳤다.

다른 암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지난 10년간 새롭게 허가된 항암제 14개는 생존기간을 1.2개월 연장시켰고, 2002~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된 항암제 48개는 생존기간을 2.1개월 연장시킨 것으로 확인된다. 나머지 80%는 예방과 조기발견이 기여했다는 게 해당 연구의 결론이었다.

같은 해 미국의사협회지(JAMA Oncol 2016;2:1238-1240)에는 "2014년~2016년 FDA로부터 허가된 47개의 항암제 가운데 ASCO(미국임상종양학회)가 인정할 만큼의 임상적 이점을 지닌 약제가 9건(19%) 뿐"이라는 연구 논문도 발표된 바 있다.

김 단장은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항암제 가격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존슨앤존슨과 노바티스,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상위 제약사 10곳을 조사한 결과 마케팅 지출이 R&D 지출을 초과했고 대부분 막대한 순이익을 냈다"고 꼬집었다.

또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 개인과 사회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사태를 더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항암제 가격을 낮춰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제약사들에게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대호 교수

효과에 비해 항암제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도 공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키트루다와 옵디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다.

이 교수는 "일부 환자들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진 면역항암제는 의외로 종양반응과 장기생존율이 높지 않다.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과 1년에 1억원을 호가하는 약값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 장기 생존하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상의사 입장에선 20%의 환자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정부 입장에선 20%의 환자들을 위해 얼마만큼의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해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흑색종으로 시작됐된 면역관문억제제들이 비소세포폐암과 두경부암, 방광암을 넘어 난소암, 식도암 등으로 적응증을 넓혀가는 상황도 고민일 수 밖에 없다. 다학제치료와 2제, 3제 병합요법 등 새로운 전략들이 시도되는 추세라 약제비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국내총생산(GDP)과 질보정수명(QALY)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심평원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을 잘 따라가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며,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PD-L1 같은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QALY 값을 낮추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동반진단 비용이나 신뢰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가치' 기반 "효율적인 약가제도 마련돼야"= 물론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만이 능사는 아니다. 항암제 가격이 투명성을 확보한 다음에는 가치에 기반 한 의료지불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됐다.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원을 형평성 있게 배분하려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무조건적인 비용절감 보다는 가치의 향상, 환자의 아웃컴을 개선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의사와 환자 모두 현실적인 기대감을 가져야 한다. 치료적 의사결정 과정에 환자와 보호자들을 적극 참여시키되, 종양내과 의사들은 비용 효과성을 중요한 척도로 삼으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가령 말기암 환자에게는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고가의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보다 정서적 지지나 정신과 상담, 호스피스케어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생존율 향상이 불분명한 항암제의 급여율을 증가시키는 데 주력하기 보단 호스피스 등의 완화의료 강화하고 통합하려는 노력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는 말기암 환자에게 제공되는 완화요법이 급성기 치료법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생존기간이 같거나 길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가격과 합리적인 제도운영, 시스템 개선의 3가지 가운데 종양내과 의사의 합리적인 판단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방식이다. "제도개선과 임상의사의 합리적 의사결정 2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8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항암신약의 급여등재 건수보다 비용효과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2가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는 급여건수 면에선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지만 급여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독일, 영국, 대만 등 10개국에서 허가된 항암제의 보험현황을 비교한 연구 논문(BMC Health Services Research 2014;14:595)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전체 19종 중 9개가 급여 등재되어 다른 국가들과 비슷했다. 그런데 비용효과성을 충족시키는 약제는 9개 중 3개여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췌장암 환자의 1차치료제로 허가된 '타쎄바(엘로티닙)'가 대표적인 사례. 스웨덴이나 프랑스처럼 GDP가 높은 국가들에서조차 급여를 적용하지 않는 나라가 수두룩한 반면 우리나라에선 급여 적용을 받고 있고, 세엘진의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용효과성을 입증받아 급여 등재됐지만 우리나라에선 제외된 상태다.

이에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제한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의료기술평가(HTA)와 의료계의 동의를 받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근거수준과 경제성 평가, 정책의 투명성에 기반한 공정성 있는 자원분배와 의료진의 전문성을 고려하돼 반드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후평가·항암제펀드…다양한 제도개선안 논의= 포럼에 참석한 연자와 패널들은 고가 항암신약의 재정독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서 제도개선안과 관련 다양한 생각들을 풀어냈다.

그 중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의견 중 하나는 사후평가제도의 도입이다. 2016년 고시된 항암제 기준으로 최초 등재 신청 후 고시까지 577일이 소요되고, 가격이 점차 높아져 가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급여시기를 앞당기고 이후에 재평가하도록 하는 사후평가 방식은 접근성 지연으로 고통받고 있는 암환자들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으리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의료 주요공약 사항으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및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도입 등을 내세운 덕분에 합리적 제도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였다.

 ▲28일 패널토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병일 약제관리실장은 "약제 특성에 따른 등재 방법이 다양하지 못하고, 환자와 의료계, 제약사,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간 합의과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 현행 방식으론 등재기간과 적정가격을 모두 충족하기 힘들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용효과성을 초기부터 면밀히 검토할 것인지, 경제성평가과 경제성평가면제 2가지 방식 외에 새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할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다. 환자 본인부담률을 차등적용하거나 사후관리 기전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에는 환자단체와 언론계에서도 환영하는 의사를 밝혔다. 데일리팜 최은택 기자는 "건보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메디칼푸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사후평가 기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가급적 빨리 급여등재를 시키고 사후에 비용효과성을 따진다면 재정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오늘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고 놀랐다. 제약사들이 항암제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본다"며, "다만 글리벡과 같이 생존연장 효과가 명확한 혁신적인 신약에 대해서는 허가와 동시에 급여등재될 수 있는 별도 트랙이 마련돼야 한다. 근거가 부족한 약제들의 경우 사후평가 방식을 적용하자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패널들 가운데에서는 약가인하를 위한 제도적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평원 이상무 심사위원은 "약가가 적절한지를 점검하는 게 급선무"라며, "최근 나온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R&D 투자 대비 회사가 가져가는 이익금의 차이가 상당하다. 제약사들에게 R&D와 제조, 영업 부문에 대한 내역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약가산정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제약사 대표로 참석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김옥연 회장은 "현실적으론 다국적 제약사가 가격을 결정할 때 한국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한국법인은 국내에서 낮은 약값을 적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굉장히 많은 나라가 한국의 약값을 공식적으로 참고하고 있고, 본사에선 특정 가격 이하로 낮추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었다. 김 회장은 "재정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의 개선도 따라와야 한다. 가치에 기반한 효율적인 약가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제약사도 적극 동의하는 바"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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