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장]의사협회 권고 무용지물...직원 상담만으로 무차별 판매
식약처 권고량 초과 판매...환자, 부작용 위험에 무방비 노출
[현장] 제도 헛점 노린 개원가 삭센다 판매
작년 여름, 전국 의료기관 품절 사태를 겪을 만큼 인기를 누린 전문약이 있습니다. '살 빠지는 당뇨약', '강남 주사'로도 불리는 삭센다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 약은 별칭대로 당뇨약 빅토자의 체중감소 부작용을 활용해 탄생한 비만약입니다. 국내 출시 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전국 피부과·성형외과·비만클리닉 등 의료기관은 삭센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더블 마진 비급여약으로 '많이 팔 수록 돈이 된다'는 인식이 삭센다 병·의원 판매경쟁에 불을 붙였죠. 문제는 자칫 부작용 발현 위험이 큰데도 일부 의료기관이 의사 진단 없는 불법 판매나 필요 이상의 삭센다를 수 십여개 무더기 처방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자가주사제'라는 제형 특성상 삭센다를 의료기관이 원내처방해 직접 취급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약국으로 원외처방해야 하는지를 놓고 약사법적 혼란과 의·약사 직능 갈등 조짐마저 보입니다. 고마진 비만약 삭센다의 유혹, 데일리팜이 두 편에 걸쳐 분석했습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의사 대면진료 없는 삭센다 처방 횡행
2. 삭센다, 병·의원-약국 처방권도 불명확
"원하시면 원장님 대신 제가 상담해드리고 사가실 수도 있어요. 개수는 원하시는만큼 가능해요. 하나에 12만원이고요. 처음엔 교육비 합쳐서 13만 5000원이예요. 원장님도 몇 번 맞았고, 저는 앞으로도 계속 맞을 생각이예요. 고객님은 단기간에 빼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것도 가능해요."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삭센다펜주 과처방 행태가 개원가에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의사 대신 직원 상담만으로 구입이 가능한 곳도 있어, 환자들은 부작용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기자가 직접 서울 소재의 D피부과를 찾아가 본 결과, 삭센다 구입까지의 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처음 의원에 들어서자 약 4~5명 대기손님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고, 돌아서 나오자 직원은 문 앞까지 뒤쫓아나왔다.
▲의사가 아닌 직원이 두피치료실에서 설명을 진행했다.
'원한다면 의사 대신 상담을 해줄테니 약을 가져가겠냐'고 제안했다. 잠시 대기석에 앉아있자, 직원은 진료실 문 밖에 서서 의사와 몇마디 대화를 나눈 뒤 ‘두피치료실’로 안내했다.
블로그를 보고 왔다고 하자, 이틀 전에도 예비신부가 와서 삭센다를 구입해갔다고 설명했다. 멀리서 찾아와 한번에 여러개씩 구매를 하고 싶다는 요구에는 '원하는 만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구입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도 의사를 만나볼 수는 없었다. 직원은 사용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는 "구입 후에 더 자세히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체지방검사 등은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의협, 1펜 제공시마다 환자대면 권고...현장과 괴리
삭센다와 관련해 오남용 및 부작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의협은 지난 1월 14일 전국 시도의사회 등에 공문을 발송해 ‘1펜 제공시마다 주기적 환자 대면 진료 및 교육 시행’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장의 무차별적 판매는 개선되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 지역 중 유동인구가 많거나 블로그 홍보를 하고 있는 곳들을 위주로 문의 전화를 한 결과, 한 번에 30펜 구입이 가능하다는 성형외과도 있었다.
▲의사협회의 권고 공문 내용 중 일부.
"한번에 얼마나 원하세요. 20개요? 20개는 되죠. 30개까지도 받아갈 수 있어요. 더 많이 받고싶으면 일단 방문해서 원장님한테 얘기해보세요."
식약처가 승인한 삭센다 용법용량에 따르면, 시작용량은 0.6mg로 시작해 최종 3mg까지 1주일마다 단계별 증량이 이뤄져야 한다. 연속 2주간 내약성이 없다면 사용중단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3mg씩 12주간 복용 후 초기체중의 5% 이상 감량되지 않을 경우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결국 현재 개원가에서는 식약처와 의사협회 등의 권고를 모두 무시하고, 위험수위의 대량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직원이 설명을 진행하는 동안 의사는 주사조치 등으로 자리를 비웠다.
비급여로 약 11~15만원까지 판매되고 있는 삭센다의 구입가는 약 5~6만원이다. 개당 6~9만원까지 이익이 있어,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을 중심으로 대량판매가 이뤄진다.
자가주사제로 분류돼 전문약임에도 불구하고 약국으로 처방을 내지 않고 주사조치 외에도 박스 단위 판매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고있다.
또 식약처에 의사의 주사조치 외 삭센다 판매에 대한 판단 여부를 묻자, 처 관계자는 "어디까지 의료행위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복지부의 해석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정흥준 기자(jhj@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