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다나베코리아 '루게릭약', 캐나다 급여 위해 한국시장 포기
치료제 '라디컷' 협상철회…'코리아 패싱' 현실화
제약사, 보도자료 통해 "결렬사유는 약가에 대한 견해 차이"
RSA를 통해 보험급여권 등재 절차를 밟던 약물이 느닷없이 약가협상을 철회했다.
그것도 치료제가 거의 없는 루게릭병 약물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다나베코리아는 자사의 루게릭병(근위축성흑삭경화증, 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치료제 '라디컷(에다라본)'의 보험급여 신청을 철회했다. RSA 절차를 밟던 약물이 등재를 포기한 첫사례다.
제약사도 회사이고, 당연히 이윤을 추구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쓰비시다나베의 라디컷 한국 급여 철회 사유다.
라디컷은 환급형 RSA로 등재를 신청했고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RSA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7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데일리팜의 취재 결과, 미쓰비시다나베와 건강보험공단은 약가협상에서도 어느정도 합의를 이룬 상태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와 동시에 약가산정 절차를 진행중인 캐나다에서 한국 약가 참조를 위해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미쓰비시다나베는 캐나다 진입을 위해 한국 등재 철회를 결정, 정부에 통보했다.
캐나다는 2017년 5월부터 기존 참조국 7개국에 더해 네덜란드, 스페인, 한국 등 약가를 추가로 참조키로 결정, 올해부터 개정 규정을 시행했다. 단 최저값 참조가 아닌, 중간값이나 최대값을 기반으로 한다.
한마디로 미쓰비시다나베는 캐나다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약가를 받기 위해 국내 등재를 포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루게릭병치료제는 사노피의 '리루텍(성분명 리루졸)'이 유일한 상황이며 국내에는 바이오벤처 코아스템의 줄기세포치료제 '뉴로타나'가 허가돼 있다.
라디컷은 주로 운동 및 기능장애 완화 효능을 입증한 약으로, 학계에서는 리루텍 병용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였다.
여기에 논란이 되는 것은 미쓰비시다나베의 후속 조치다. 이 회사는 7일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 스스로 라디컷의 철회 소식을 알렸다.
회사는 "치료옵션이 다양하지 않은 국내 ALS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급여 절차를 추진했으나, 안타깝게도 국내 외에서의 약가 기준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고심끝에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RSA로 약평위를 통과하고 어느정도 합의를 이뤄낸 약을 외국 약가를 위해 철회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 한 관계자는 "보도내용을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다. 약가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제약사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킨 사례이다. 회사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어윤호 기자(unkindfish@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