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견조회 없는 일방통행...약계 "약 택배·온라인 약국 장벽 얇아져"
강원도 원주·춘천 규제자유특구 운영안 공개에 반발 고조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정부가 강원도 원주·춘천 원격의료 허용안이 담긴 규제자유특구 운영안을 공개하자 의약계는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규제완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타당성 조사 없이 강행했다는 비판을, 약계는 원격의료가 자칫 의약품 택배와 온라인 약국 허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5일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위원회 출범을 둘러싼 의약계는 혼란 속 갑론을박중이다.
규제특구 계획을 발표한 중기부와 원격의료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상호 일관된 사업 설계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다, 사업 실무는 지자체인 강원도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의약사 사이에서는 "어디에 문의 해야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 강원도 춘천과 원주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면 ▲참여 의료기관(의원) 선정 ▲만성 당뇨·고혈압 재진환자 모집 ▲의사 원격진료 후 처방약 문제 해결 등 제반사항이 결정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의료계 사업 참여를 기반으로 원격의료 환자 발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약사법적 혼란과 약사 반발이란 숙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의약계 시선은 부정적인 분위기다.
의사들은 중기부 강원도 원격의료 시범사업 발표 직후부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기부가 원격의료를 포함한 규제특구위원회 출범 공개에 앞서 의료계 의견조회를 일절 진행하지 않은 것은 의료 전문가에 대한 무지와 무시 행위란 입장이다.
실제 의협은 물론, 규제특구 시행지역인 강원도·춘천·원주의사회는 원격의료 관련 계획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 한 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이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원격의료 폐지와 중기부 박영선 장관과 복지부 박능후 장관 사퇴를 촉구한데 이어 강원도의사회도 시범사업 제안이 오면 참여 거부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강원의사회 강석태 회장은 "원격의료 시행에 대해 춘천·원주보건소장도 아는 게 전무한 상황이다. 중기부가 무작정 제도 시행을 못 박은 분위기"라며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정책을 의사회가 참여할 수는 없으며, 이같은 입장을 관할 지자체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약사들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뒤이어 처방약 택배배송 전격 허용과 온라인 약국 규제완화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다.
복지부의 "의약품 택배배송은 불허한다"는 입장 발표에도 정부가 규제특례를 내걸어 단숨에 약 택배 등을 시행해도 반대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는 게 약사들의 우려다.
원격의료 시범 지역인 강원 춘천의 A약사는 "원격의료 환자가 생긴다는 것은 약 택배배송 규제장벽이 얇아짐을 의미한다"며 "나아가 여러개 규제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온라인 약국 등 대자본이 유입돼 약국가를 침식할 위험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B약사는 "간호사 입회 하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는 것은 자칫 처방약을 간호사가 전달하는 등 약사 역할이 배제된 시범사업 시행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원격의료는 의료기관을 넘어 약국가에도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인데, 중기부가 성급히 규제특구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는 일단 정부의 세부 계획이 나올 때 까지 상황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료취약지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제한적 원격의료가 아닌 전면 허용은 반대할 방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한 원격의료는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일부 의료기관 환자쏠림이 가중돼 의원급이 고사하고 약국도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며 "규제샌드박스 등 특례로 기존법을 넘어서는 시범사업은 심각한 문제다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안전망 체계를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최근 정부의 일련 움직임들이 우려되는 것은 특정 산업계나 직역의 요청을 수용해 예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허용하는 케이스가 늘어난다는 점"이라며 "주관 부처인 복지부는 의료서비스 규제완화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