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고법 집행정지 인용 수용 결정...2심 종료 이후 30일까지 약가유지
행정법원, 효력정지 기각했지만 고법에서 2번 모두 인용 결정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점안제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2심 판결 직후까지 점안제의 약가가 개정고시 이전 수준을 유지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 서울고등법원이 결정한 점안제 약가인하 효력정지 인용 판결에 대해 상고를 포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안 소송에 집중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본안 소송이 아닌 효력정지를 두고 대법원까지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의 상고 포기로 점안제 약가인하는 현재 진행 중인 점안제 2심 소송의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점안제 약가인하 효력정지는 본안 소송과 별도로 제약사들이 신청한 집행정지가 기각과 인용이 반복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일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의 약가를 최대 55% 인하하는 내용의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를 일부 개정했다. 일회용 점안제의 총 용량과 관계없이 농도(mL당 함량)가 동일하면 같은 약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복지부의 약가인하 개정고시 공포 직후 제약사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약가인하를 처분 취소 청구사건의 판결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21일 “신청인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그 효력이 정지될 경우 오히려 공공복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라며 집행정지를 기각했다.
제약사들의 약가인하 처분의 집행정지가 기각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공공의 이익이 약가인하로 인한 제약사들이 입게 되는 손실보다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 사실상 처음으로 나온 셈이다.
행정법원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기각 결정에 제약사들은 항소했다. 그러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29일 집행정지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고법 재판부는 제약사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집행정지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용량 일회용 점안제의 상한금액을 40~50%가량 인하하는 처분을 잠정적으로 정지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의 생산·판매가 사실상 중단되고 신청인들의 매출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복지부는 "약가인하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 경우 건보공단의 재정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집행정지의 부당성을 피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용량 일회용 점안제의 생산·판매가 전면 중단되면 소비자들은 더 많은 개수의 소용량 제품을 구매하게 돼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건보공단의 지출이 오히려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제약사가 제기한 약가인하 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7월26일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제약사들은 본안소송 1심 패소로 약가인하가 예고되자 2심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약가인하를 유보해달라는 효력정지 신청을 다시 한번 제기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또 다시 점안제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제약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재판부는 “약가인하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약가인하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인정하기 힘들다”라는 점도 집행정지 인용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복지부의 상고 포기로 현재까지 약가인하 효력정지를 둘러싼 다툼은 본안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제약사들의 승소로 결론났다. 제약사들은 최장 내년 상반기까지 약가인하 고시 이전의 약가를 1년 반 가량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