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처방 허용 후 택배 공공연...선불‧착불 등 배송비 요구
서울‧경기 등 종병 앞도 횡행...약사 "일부 지역의 문제아냐"
대구 전직 약사회 임원도 택배...지역 약사들과 의견 대립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전화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병원의 문전약국들이 택배비를 받고 조제약을 배송해주는 것이 확인됐다.
문제는 조제약 택배배송이 일부 문전약국의 일탈이 아니라, 상당수의 약국들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16일 데일리팜은 서울과 경기, 대구 등 복수의 지역 문전약국에서 조제약 택배 배송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약국들의 택배배송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약국으로 전화를 걸어 전화처방을 받으면 택배로 약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고, 계좌번호를 알려준다는 약국과 착불로 발송해주겠다는 약국 등 다양했다.
이중에는 소위 서울 빅5 병원의 문전약국들도 있었다. 서울 상급종병 앞 A약국에 전화처방시 수령방법에 대해 묻자 "약이 처방되면 받으러 올수 있냐"고 되물었고, 직접 수령이 어렵다고 말하니 "비용을 부담하면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배송비용에 대해 묻자 "산간지방이나 제주도가 아닌 이상 3000원을 보내주면 된다"면서 "팩스로 처방전 접수가 되면 따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상급종병 앞 B약국도 "택배비와 약값만 같이 보내준다면 가능하다"고 했고, 택배 요청에 대한 별다른 의심도 없었다.
서울 지역 문전뿐만 아니라 경기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 한 대학병원 앞 약국에서는 "방문을 하기가 어려우면 택배비랑 약값을 입금하고 배송받으면 된다"면서 "택배비는 3500원이다. 돈을 먼저 보내도 되고 착불 발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처방이 가능한 환자가 따로 있으니 가능한지 병원에 확인을 해보라"고 안내했다.
물론 무작의로 문의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전약국은 택배배송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곳도 있었다. 서울 상급종병 앞 모 약국은 "본인이 아니어도 대리인이 꼭 약국으로 와서 받아가야 한다. 택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에서는 약사회 전직 임원이 택배배송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역 약사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대구 Y병원 문전약국의 한 약사는 "전화처방 허용 초기에 병원이 환자들에게 택배배송을 잘못 안내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엔 즉시 병원 측과 소통해 바로 잡았었다"면서 "이후 문전약국들끼리는 택배배송을 하지 않기로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약사회 전직 임원이었던 약사가 지난주 금요일까지도 택배배송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해당 약국이 배송을 하고 있다는 증거도 가지고 있다"면서 "(단톡방에서)거리가 먼 환자라며 이해를 해달라고 얘기를 해서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요구, 한 명의 환자에게만 택배를 한 것인지 해명해달라고 요구했더니 대화방을 나가 소통을 안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대구 지역의 다른 대형병원들도 택배배송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약사는 "약국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K병원 약국에선 해주는데 왜 안 해주느냐는 분들이 있었다. 지역 다른 병원 앞의 상황을 따로 확인해보니 상당수가 택배배송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대구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라 전국적 문제로 보여진다"면서 "이렇게 되면 법을 지키는 약사들은 환자들에게 나쁜 사람이 되고, 지키지 않는 약사들은 오히려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라 억울할 수밖에 없다.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월 24일부터 의료기관 전화상담 후 발행된 처방전을 약국에서 팩스 등으로 받아 조제할 수 있도록 한시적 허용했다.
하지만 택배 배송은 여러 접촉경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금지했다.
정흥준 기자(jhj@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