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3분기 보고서 분석 ①매출·영업이익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40곳...매출 12%·영업익 45%↑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혼란 정국에도 실적호조를 이어갔다. 주요 상장기업 3곳 중 2곳가량은 지난해보다 매출 규모가 확대했다. 2곳 중 1곳은 영업이익이 늘었다. 코로나19 위기를 실적반등 기회로 삼은 기업들의 활약으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1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40곳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4조6183억원으로 전년동기 13조283억원대비 1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03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45.0%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기존 8.5%에서 3.8%포인트 오른 12.2%로 집계된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 상장사로서 의약품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연결 매출액 기준 상위 40개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지주회사는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40개 업체 중 29곳의 3분기 누계 매출이 전년보다 상승세를 나타냈다. 21곳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코로나19 혼란정국에도 유한양행과 녹십자, 종근당 등 전통제약사들이 실적상승흐름을 지속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달성하면서 영업이익률을 두자릿수까지 끌어올렸다.
▲주요 상장제약바이오기업의 19-20년 3분기 누계 매출, 영업익 현황(단위: 백만원, %, 자료: 금융감독원)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1조3504억원으로 전년대비 81.1% 상승하면서 유한양행을 제치고 집계대상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5474억원으로 전년대비 107.4%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35.4%에서 40.5%로 5.1%포인트 늘었다.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시장영향력이 확대하고 위탁생산(CMO) 사업 관련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작년말 증설을 마친 1공장이 지난 2분기부터 본격 가동하면서 생산효율성이 개선된 점이 영업이익률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7월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성분 피하주사제 '램시마SC'의 성인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관련 적응증을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추가 승인받았다. 기존 류마티스관절염을 포함해 정맥주사 제형의 모든 성인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시장 확대가 본격화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유럽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의료진과 대면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는 '램시마SC'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바의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가 독일 등 매출 규모가 큰 의약품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면서 CMO 매출도 지속 상승하리란 예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895억원의 누계 매출로 2배 이상 오르면서 3분기만에 작년 매출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은 2002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면서 25.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3공장을 포함한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가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위탁연구(CRO)와 위탁개발(CDO), 위탁생산(CMO)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추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매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통제약사들 중에선 종근당이 매출 상승률 23.6%, 영업이익 상승률 105.9%로 두각을 나타냈다. 종근당은 자체 개발 의약품과 도입신약이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고성장세를 나타내면서 매분기 매출, 영억이익 신기록 행진을 지속 중이다.
화일약품(28.0%)과 셀트리온제약(21.5%), 동국제약(17.6%), 동구바이오제약(17.1%), 경보제약(16.5%), 휴온스(15.1%), 대한뉴팜(15.0%), JW생명과학 등 8곳의 3분기 누계 매출이 10% 이상 성장했다.
유한양행은 기술수출 성과로 영업이익 규모가 1년새 14배가량 뛰었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신약과제 2건의 개발 진척으로 대규모 기술료가 유입된 데 따른 효과다. 유한양행은 지난 3분기에만 247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거뒀다. 유한양행은 지난 4월 얀센바이오텍으로부터 수령한 '레이저티닙' 관련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3500만달러(약 430억원)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관련 기술수출 계약잔금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분할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진행 등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렸지만 기술료 유입으로 수익성 악화 위기를 극복했다.
녹십자는 코로나19 위기를 수익성 개선 기회로 살려낸 경우다. 녹십자는 3분기 누계기준 영업이익 725억원으로 전년대비 23.7%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874억원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력품목인 독감백신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외 매출이 큰 폭으로 올랐다.
안국약품(1992.1%)과 동화약품(1320.8%), 현대약품(231.6%) 등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중소제약사들이 높은 영억이익 성장세를 보였다. 셀트리온(107.4%)을 필두로 동구바이오제약(104.2%), 셀트리온제약(68.9%), 바이넥스(55.8%), 화일약품(55.7%), 동국제약(32.0%), JW생명과학(28.1%) 등의 영업이익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다수 산업군이 실적부진에 빠진 반면, 제약바이오업종은 감염병에 의한 타격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 확대와 대면영업 축소 효과로 비용지출이 줄면서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소 부진한 실적을 받아든 회사들도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한 경우가 많았다. 한미약품은 3분기 누계 기준 영업이익이 71억원으로 전년대비 90.5% 줄었고, 매출액은 7985억원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코로나19 정국에도 내수시장이 성장했지만,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반환 확정으로 사노피에 지급해야 할 연구개발(R&D) 비용을 일시 회계처리하면서 3분기에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대웅제약은 3분기 누계 기준 영업이익이 83억원으로 전년대비 80.1% 감소했다. 일동제약의 3분기 누계 영업이익 123억원으로 전년보다 25.4% 줄었고, JW중외제약은 올해 들어 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항궤양제 '알비스'와 '큐란', 당뇨병 치료제 '가드메트', 비만치료제 '벨빅' 등 주력 품목의 시장퇴출로 인한 매출공백을 메우지 못한 탓이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독소 제품의 연이은 품목허가 취소 처분으로 판매가 막히면서 매출의 4분의 1이 증발하고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