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자리 기근에 '나눠먹기 식' 개국 늘어
6년제 약사 개국 시기 앞당겨진 것도 원인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최근들어 일명 ‘나눠먹기 식’ 약국 입점이 늘고 있어 개국 약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9일 서울 지역 분회들에 따르면 지난 한해 신규 개설 약국 중 적지 않은 수가 기존에 적정 처방 건수를 두고 형성돼 있는 자리에 추가로 신규 약국이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 약국의 경우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정 부분 처방 건수가 보장된 병의원을 중심으로 약국이 형성되고 있는 형태를 띄고 있다.
약국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매약 매출 이외 일정 수준의 조제 매출이 유지돼야 하는 만큼 적절한 선에서 입점 약국 수가 결정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미 형성돼 있는 약국가에 업종을 변경해 추가로 약국이 입점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극심한 약국 자리 기근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병의원의 신규 개설이 정체돼 있는 데다 기존 병원들의 처방 건수도 줄다 보니 차라리 기존에 이미 형성돼 있는 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6년제 약사들의 개국 일시가 이전보다 앞당겨진 것도 치고 들어오는 약국들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젊은 약사들의 개국이 늘면서 이미 일정 부분 처방건수가 보장된 병의원을 중심에 두고 추가로 약국을 개설해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한해 서울 각 자치구별 약국 개업 현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분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규 개설 약국 수 중 젊은 약사들이 기존에 형성된 자리에 신규 약국을 개설한 사례가 상당 수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처방 건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규 약국 입점이 추가되면서 기존 약국들은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동시에 약국 간 갈등도 늘어나는 형편이다.
서울의 한 분회 관계자는 “우리 분회의 경우 작년 신규 개설 약국 중 적지 않은 수가 기존에 이미 형성돼 있는 자리에 젊은 약사들이 새로 약국을 입점한 사례”라며 “이전에는 신규 개설 약국의 경우 재개발이나 신규 병원 개설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몇년은 기존 자리에 나눠먹기 식의 추가 입점이 늘었다. 그만큼 약국 자리가 없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분회 관계자는 “코로나로 워낙 약국들이 힘든데 약국이 추가로 입점하면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신규 약국 중 신상신고를 안한 약사도 적지 않은 만큼 분회가 추산한 것보다 기존 자리에 새로 들어온 약국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지은 기자(bob83@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