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약효 불명확 시 '보강임상'…조건 미이행·부정허가는 '행정처분'
백종헌 의원 "허가·심사 결과 공개로 투명성 제고…이달 내 발의"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임상3상 조건부 신속 시판허가 특례를 받아 의약품을 출시하고도 기한 내 3상임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약효·안전성 부실 적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건부 허가 받은 제약사를 행정처분하고 의약품을 허가취소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국회 발의 막바지 단계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발의를 앞둔 '조건부 허가 법안'은 조건부 허가 신청 시 제출해야 할 임상자료 목록을 세부적으로 명시하는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강 임상시험'을 명령하고, 허가취소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을 빠짐없이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백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를 위해 공동발의에 동참할 동료의원을 모집하는 최종 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백 의원은 이 달 내 조건부 허가약 법제화 법안을 대표발의 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식약처가 고시로 운영중인 임상3상 조건부 허가 제도를 법률로 상향해 관리·운영을 강화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특히 해당 법안은 식약처 고시를 약사법으로 상향하는 것 이상의 실재적 의미가 크다.
현행 약사법에는 조건부 허가 의약품 보유 제약사를 향해 식약처가 조건 이행을 명령하거나, 추가 임상시험 실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빠져있다.
조건부 허가약 제약사가 약속대로 임상3상을 이행하지 않고 자료를 내지 않아도 식약처가 해당 제약사에게 약속 이행을 독려하거나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셈이다.
이는 곧 일부 제약사가 주식시장 내 '주가 올리기'를 위해 조건부 허가약 제도를 악용할 수 있는 법적 미흡으로 자리잡았다. 신속시판 허가로 단기적 주가를 올린 뒤, 약속한 신속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속칭 '주식시장 먹튀'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아가 당장 질환 치료가 시급한 중증·난치질환자들을 두 번 울리는 제도라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현행 약사법에는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조건부 시판허가 된 의약품이 적발돼도 식약처가 시판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도 빠져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허위 판정된 의약품을 허가취소하려면 행정절차법으로 우회해 허가취소하는 수 밖에 없었다.
백 의원은 조건부 허가약 법안으로 이런 법적 미비를 단숨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주식시장 먹튀 제약사도 근절하고, 중증질환자 치료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부정 허가 의약품 허가취소권을 약사법에 명시하는 등 신속 시판허가 제도의 투명성·명확성을 향상하겠다는 것이다.
백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건부 허가 제도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식약처와 함께 조건부 허가 대상, 부여 조건, 허가 취소 사유 등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제출자료 명확화=법안은 임상3상 조건부 허가를 받으려는 의약품의 제출자료 등 기준을 법으로 명시했다.
먼저 조건부 허가 트랙을 밟으려면 식약처장이 심각한 중증질환으로 인정하거나,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른 질환 치료 의약품에 해당(제35조 제1항)해야 하는 게 대전제다.
이에 조건부 허가약이 임상적 평가변수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임상자료(제35조 제1항의 1호), 약물역학·약물치료학·병태생리학 등에서 임상적 유익성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임상자료(제35조 제1항의 2호)를 내야한다.
식약처장은 조건부 허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건을 붙일 수 있는데, 의약품 유효성과 임상자료 간 상관관계가 불확실할 경우 보강 임상시험 실시를 명령(제35조 제2항의 1호)하는 등이 그 조건이다.
아울러 식약처장은 별도 기간 내 조건부 허가약이 인체에 미칠 안전성·유효성 확인을 위해 임상자료 제출을 요구(제35조 제2항의 2호)할 수 있고, 의료인만 조건부 허가약을 처방(제3항)할 수 있게 하며, 활력 징후 수시 감시 등 환자에게 특정한 의료절차를 수행(제4항)하는 동시에 안전사용을 위한 위해성 관리계획 수립 이행을 요구(제5항)할 수 있다.
◆사후 점검·허가 취소=법안은 조건부 허가약이 시판 후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관리·감독하는 조항도 담았다.
구체적으로 식약처장은 조건부 허가를 받은 제약사에게 임상3상 조건부 허가 이행사항 등을 보고·명령(제35조 제2항의 1·2호)할 수 있다.
특히 조건부 허가약의 허가 취소 요건도 명확히 했다.
식약처장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거나(제35조 제3항 1호), 조건부 허가 제약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거나(제35조 제3항 2호), 조건부 허가 제약사가 식약처장에게 이행사항 보고를 하지 않거나 조치 명령을 미이행하는 경우(제35조 제3항 3호) 품목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허가·심사 결과 공개=법안은 조건부 허가·심사 결과를 대외 공개해 제도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약사법 제88조의 2(허가·심사 결과의 공개)' 조항을 신설한 것인데, 식약처장에 조건부 허가약 허가·심사 결과를 공개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다만 조건부 허가약 품목허가자(개발 제약사)가 경영·영업상 비밀을 비공개 요청하면 이를 제외하고 공개할 수 있게 했다.
백 의원은 이 같은 결과 공개 조항을 조건부 허가 법안이 시행 된 이후 허가된 의약품부터 적용하도록 부칙에 단서를 달았다.
또 기허가 조건부 허가약도 해당 법안의 규정에 따라 허가된 것으로 인정하는 일명 '소급 적용' 조항도 부칙에 넣었다. 다만 법 시행 후 1년 내 법안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갖춰야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백 의원은 "조건부 허가 특혜를 받고 실제 생산을 하지 않아 주가 띄우기에만 몰두하는 일부 제약사들의 불합리를 개선할 것"이라며 "조건부 허가 대상, 제출자료, 이행 의무, 사후 점검, 허가 취소, 심사 결과 공개 등 전 범위에서 규제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앞으로 신약 등 조건부 허가 시 심사 결과를 공개토록 법률로 규정해 제도 공정성·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의약품 정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 확보, 국민 알 권리 보장 등 효과도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