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돼야 정상 출시·광고·유통 가능할 듯
식약처, 현대 '미프지미소' 사전검토…의협 등 낙태약 반대 여전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낙태죄 폐지로 '인공 임신중단 의약품'의 국내 시판허가 심사가 진행되면서 국회 계류중인 의약품 표기 관련 약사법 개정 타당성이 덩달아 커졌다.
현행 약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낙태 암시 문서·도안 사용 금지' 조항을 삭제해 인공 임신중단 관련 의약품 표시·광고를 허용하는 법안이 그것이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공 임신중단 의약품 시판허가를 지원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총 2건이 계류중이다.
올해 1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약사법 개정안과 같은달 14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식약처와 권인숙 의원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기반으로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했다.
식약처안이 '단서조항'을 활용해 문서·도안을 허용하는 비교적 소극적 법안이었다면, 권 의원안은 과장광고 등의 금지 조항에서 낙태 관련 내용 자체를 삭제하는 적극적 법안이라는 점이 차이다.
현재 낙태죄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던 입법시한이 경과해 현법상 의사 낙태죄 처벌 규정도 효력을 잃었다.
낙태를 암시하는 문서나 도안을 쓰지 못하게 규제중인 현행 약사법 조문을 정비하는 게 법안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인공 임신중단 관련 의약품 허가·사용이 가능해진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인공 임신중단에 쓸 수 있게 허가된 약은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이 유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임약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한 현대약품이 지난달 미프지미소 시판허가 신청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미프지미소는 미프진 주성분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로, 현대약품지 지난 3월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와 국내 판권·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약이다.
현재 식약처는 미프지미소의 사전검토를 진행중으로, 현대약품은 올 하반기 식약처 시판허가를 전망하고 있다.
인공 임신중단약 시판허가 심사가 본격화하면서 의약품에 낙태를 암시하는 문서·도안을 쓸 수 있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도 시선이 모인다.
현행 약사법 규제대로라면 미프지미소가 시판허가되더라도 의약품 효능·효과인 낙태 관련 문서·도안을 쓸 수 없어 정상적인 제품 출시·유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해야 약사법 위반 가능성 없이 미프지미소를 처방·제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법안 소관 상임위는 보건복지위원회다. 복지위는 식약처 허가심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법안 심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사회 일각에서 인공 임신중단약 국내 허가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제기중인 점은 해당 법안 처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계 일각에서는 미프지미소와 인공 임신중단을 향한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의약품 복용 후 부작용, 복용법, 낙태 성공률 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는 식약처와 권인숙 의원이 국회 제출한 인공 임신중단약 표시·광고 규제 완화 법안에 반대 의견을 공식 제출했다.
인공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법적 기준이 미비한 지금, 관련 의약품에 낙태 문서·도안 사용을 허용하면 일반인들의 경각심을 낮추거나 인공 임신중단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게 의협 반대 이유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인공 임신중단 의약품의 시판허가를 지원하는 법안에 식약처도 찬성한 것으로 안다. 다만 아직 상용화를 위한 심사 단계가 이제 초기 진입 수준으로, 법안 심사는 허가심사 등 필요성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인공 임신중단과 관련 의약품을 향한 반발이 이어져 사회적 합의·조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법안심사 과정에서 다면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