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방문과 주변 약사·직원 확진 잇따르며 불안감 커져
호흡기전담클리닉 인근 약국들, 비확진자와 동선 겹치자 문 연 채 근무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확진자가 20만명을, 재택치료환자가 85만을 돌파하면서 일선 약국들의 방역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별로 호흡기 전담 클리닉과 재택치료 가능 병의원을 지정하면서 약국 현장에서 확진 의심자 내지는 확진자와 비확진자들이 뒤섞이며 약국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약국은 사회 필수시설로 확진자 등의 방문을 막을 방법이 없다 보니 '확진자, 확진 의심자의 인식'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게 약국들의 설명이다.
호흡기 전담 클리닉 인근의 A약사는 "이비인후과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다 보니 유증상자들의 약국 방문이 잦다. 의원에서 대체로 해열제와 감기약을 함께 처방해 주는데,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타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티는 못내고 마음만 졸일 뿐"이라고 말했다.
A약사는 아예 약국 출입문을 연 채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가족이 한 번에 검사를 받고 약을 타러 오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환자들과 동선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보니 소독도 소독이지만 자구책으로 약국 출입문을 모두 개방하고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약사는 "전 직원이 KF94 마스크와 니트릴 장갑을 착용하고 환자를 응대할 때마다 손소독제로 장갑을 소독하게 하고 있다. 식사 역시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각각 다른 장소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며 "일주일에 2차례씩 신속항원검사를 함께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약사는 "지자체별로 재택치료 병의원 등을 선정해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재택치료환자가 늘면서 처방이나 약 배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예 대면 진료를 받거나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은 직접 찾으러 오는 경우들도 늘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를 받는 데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확진자임에도 불구하고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방문해 진료를 받거나,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해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는 것.
B약사는 "최근에는 닥터나우 등에도 이용자들이 몰려 대기인원이 초과되는가 하면 진료를 봤지만 2시간 넘게 처방이 나오지 않아 발만 구른다는 얘기들도 들었다"며 "이런 분들이 급하게 약국에 와 약을 구입해 가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약사는 "주변 약사님들도 코로나에 확진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인근 약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전 직원들이 PCR검사를 받느라 '개인사정으로 문 닫습니다'라고 써붙이는 바람에 우리 약국으로 환자들이 몰려 때아닌 전쟁을 치렀다. 최근에는 검사가 늘면서 결과 통보도 지연된다고 들었다"며 "정확한 감염 경로 등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약국이야 말로 최전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C약사는 매일 귀가 전 약국에서 자체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는 "약국 근무 후에는 매번 항원검사를 하다 보니 콧속이 예민해졌는지 최근에는 코피가 자주 난다"며 "약국에서 자체적으로 소독하고, 환기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방역 조치가 없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약사회는 회원 약국에 '신속항원검사 양성, 약국 방문 전 전화주세요'라는 포스터를 배포했다.
약국은 유소아 및 만성질환자 등 감염병 취약 계층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으로, 이웃의 안전과 감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했으며, 구약사회는 전담 클리닉과 보건소에도 환자에게 이 같은 안내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구약사회 측도 "해당 조치는 약국을 방문하는 유소아 및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조치로, 일선 약국 약사들의 경우 감염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약국 방문 등에 대한 지침 마련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혜경 기자(khk@dailyphar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