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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약의 메시지를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들(1)
기사입력 : 22.09.28 06: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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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추가
모연화의 관점





밀가루를 동그랗게 빚어 포장지에 넣고 진통제라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여러 사람이 통증 경감을 경험한다. 메시지를 바꿔보자. 가려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몇몇이 긁는다!

김영하의 단편소설 에프킬라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어르신들이 자기 전 온 방에 에프킬라, 들에 나갈 때 온몸에 에프킬라, 물린 곳에 축축하게 에프킬라 등 다양하게 에프킬라를 사용하는 것이다. 글쓴이가 에프킬라를 몸에 뿌리면 어떡하냐며 질문하니, 모기약이 달리 모기약이냐며 모기랑 관련된 곳에는 다 써도 된다는 답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약의 메시지가 (만든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보이는 대로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 자체로 생리 활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앞의 예시처럼, 효능 메시지는 기대한 효능을 경험하게 하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를, 부작용 메시지는 기대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하는 노세보(nocebo) 효과를 일으킨다.

그리고 모기약의 사례처럼 약의 메시지는 개개인의 다양한 결과 기대(outcome expectation) 신념을 만든다. 사람마다 모기약이라는 메시지를 읽고 모기를 잡는 약, 모기를 위한 약, 모기를 쫓는 약,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 등 다양한 의미와 약을 연결한다. 이런 오해가 진짜 있을 것 같냐고? 생각보다 너무 많아 문제다.

게다가 다양한 채널로 의약품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메시지 격차는 다변화되었다. 1980년대 이전에는 의약품에 관한 메시지가 전문가에게만 있었다. 그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선별적으로 배제하고 효과 중심의 의약품 메시지를 주로 사용했다. 왜냐면 의, 약학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 극대화라는 자신들의 직업적 목표 안에서, 부작용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약의 이중성(효과와 부작용)을 몸소 체험하며, 빈번한 부작용과 드문 부작용까지 알기를 요구했다. 의약품 안전 사용에 관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대다수 국가는 198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모든 의약품 메시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 월드와이드 웹, 2007년 아이폰 출시는 공개된 의약품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궁금한 순간, 무엇이든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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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반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약품 메시지와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는 예상대로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건강심리학자 다이엔 베리(Diane Berry)는 환자와 의사에게 16개 의약품 관련 카데고리를 주고,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중요도 순위를 각각 매기게 한 후 그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부작용에 관한 논의를 가장 중시했다. 반면, 의사들은 약물 상호작용, 세세한 약에 관한 질문들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부작용은 10위에 머물렀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에겐 효능 메시지보다는 부작용 메시지가 더 보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이 만들어 내는 의미는 각자의 맥락에서 “보이는 대로”일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보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에 주저하는 편이다. 약사 앤드리아 딕(Andria Dyck)과 동료들은 환자에게 부작용을 설명하는 약사들의 복약지도를 녹화해서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약사들 역시 최대한 모호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부작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벨기에의 건강심리연구자인 밴더 스티클(Vander Stichele)과 동료들의 연구를 보자. 그들은 543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겨우 20%만 의약품 메시지 제공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의사의 44%는 양면적, 36%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의약품 메시지의 선택 편향이라는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메시지는 이미 “완전 공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건강 심리 연구자 케이트 파세(Kate Faasse)의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논문 제목을 기억하자. 그리고 사람들은 약을 보이는 대로 믿는다는 이 사실을, 현장의 모든 맥락에서 고려하자. 마지막으로 우리가 건네주는 약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사사건건) 예측하자.

예를 들어, 혈압약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우리는 혈압약을 혈압을 조절하는 약으로 이해한다. 사람들도 그럴까? 혈압약을 혹여, 혈압을 치료하는 약으로 보진 않을까? 혈압을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을 먹은 후 정상 혈압이 되었다면 약을 끊어도 된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혈압이 떨어지면 치료가 된 것이니까 꽤 안심해 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고민이 메시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메시지의 오해 문제는 꽤 오랜 시간 곳곳에 존재했지만, 그간 구체적인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면, 문제를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메시지 문제의 핵심은 메시지가 사람에 맞춰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읽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이다. 그러므로 의약품 메시지를 읽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하루 자신의 근처에 있는 약을 들고, 약을 둘러싼 메시지들을 살펴보자. 어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 같은가?
데일리팜(dailypharm@dailyphar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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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풍선이 말을 다 하네요 ㅋ
    22.10.04 02: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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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약사님 칼럼은 언제보아도, 무겁지 않지만 생각할 거리들을 남겨주셔서 좋아요
    22.09.28 12: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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