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감염으로 두경부암 발생 증가…"여성만의 문제 아냐"
OECD GDP 상위 10개국 중 7개국, 남성도 백신 무상접종
한국 비용효과성 분석결과 이달 발표…"남성 포함 집단면역 이뤄야"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 각국이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상접종 대상을 여성에서 남성으로 넓히고 있다. HPV 감염으로 인한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두경부암 발생이 증가하면서 남성 역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승주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는 지난 3일 MSD가 주최한 'HPV 질환의 A to Z' 미디어세션에서 "HPV 감염은 여성만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두경부암 발생이 증가해 남녀가 함께 백신을 맞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나오고 있어 무료접종 대상자를 남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이승주 회장.
실제 해외에서는 남성을 HPV 무료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HPV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에 남성을 포함한 국가는 약 5년 전 17개국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월 기준 52개국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는 HPV NIP를 실시하는 110개국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미국을 포함해 영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남성의 HPV 백신 접종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OECD 가입국 내 GDP 상위 10개국 중 7개 국가가 남아 무료접종을 지원한다. 나아가 호주는 적극적인 백신 접종 정책을 펼쳐 HPV 바이러스 퇴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그간 HPV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어 여성에게만 위험한 감염으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HPV 감염으로 인한 두경부암 발생이 증가하면서 남성에서도 HPV 감염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2010년을 기점으로 HPV로 발병한 두경부암이 자궁경부암을 앞지른 상태다. 두경부암 중에서도 HPV 감염과 연관된 구인두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성행위 패턴의 변화로 오럴 섹스가 흔히 이뤄지면서 생식기에 머무르던 바이러스가 두경부로 이동해 두경부암 발생률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암으로 진행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이를 선별검사로 미리 확인할 수 있지만, 구인두암은 사전에 확인할 길이 없어 암으로 진행된 다음에야 진단이 된다"며 "남성의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HPV 바이러스는 감염이 돼도 우리의 면역체계를 건들지 않기 때문에 자연면역을 기대하기 힘들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집단면역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도 HPV NIP 확대를 위한 단계에 돌입했다. 만 12세 여아에게 한정된 HPV 백신 무상 접종을 어떤 방향으로 확대할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여아 9가 전환 ▲만 12세 남녀에게 9가 도입 ▲만 12세 남아에게 2가와 4가 백신 도입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비용효과성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월 "비용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12월까지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며 "도입 타당성을 검토해 2024년 1분기에 가다실9 등 HPV백신 무상접종 확대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새임 기자(same@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