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인터뷰] 김선영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
▲김선영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
[데일리팜=이혜경 기자] 김선영(숙대약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3년 간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중보건 위기대응상황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의약품 수급불안정 사태와 관련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공급을 위한 특별법 제1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라 지난해 12월 1일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650mg) 고형제 품목의 생산·수입 업체에게 긴급 생산·수입을 명령했다.
정부가 직접 생산에 개입한 사례는 과거 연탄 생산명령 이후, 두 번째란다. 지난 3년 간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했다. 김 사무관은 의약품 수급 안정화를 위해 여러 정부 부처를 뛰어다녔고, 그 곳에서 그는 '감기약 사무관'으로 불렸다고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품절 사태는 전 국민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한 2021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인 해열·진통을 대비하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의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식약처는 직접 개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김 사무관은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공중보건 위기대응상황을 총괄하는 업무는 없었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중요성이 커졌고, 그렇게 총괄 업무를 하면서 감기약 생산명령, 수급불안정 의약품 안정공급, 국가필수의약품 목록 재정비 등의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한 아세트아미노펜의 생산명령. 식약처는 노동부와 협의해 감기약 생산직에 한해 주52시간 근무 제외로 24시간 공장을 풀 가동 시켰고, '타이레놀'을 보유하고 있던 얀센공장을 급습해 물량 공급을 호소했다고 한다. 여기에 균등분배, 약가인상까지 할 수 있는 카드라는 카드는 다 썼다.
김 사무관은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을 방문해 아세트아미노펜의 낮은 약가로 인한 채산성 문제로 약가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며 "회사에 생산만 독촉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금전적인 보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공단이 아세트아미노펜을 시작으로 마그밀까지 약가인상을 했을 때의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받아들여진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감기약 증산을 위해 질병관리청과 협업해 지역의 군인들이 제약회사 공장을 찾아 백당 포장지를 뜯어 넣는 작업을 하기도 했단다. 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수급 안정화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아세트아미노펜 품절 사태를 시작으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의약품 수급불안정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정부기관으로, 7개 민간단체와 함께 운영 중이다.
민관협의체에서 식약처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김 사무관은 복지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이지만 식약처의 참여도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식약처는 민관협의체에 참여하는 기관단체로부터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약품이 제안되면 ▲생산‧수입실적 현황 분석 ▲공급중단보고 대상 여부 및 보고 이력 검토 ▲수급불균형 원인 검토, 제약사 생산 현황, 생산수입 독려 등을 담당한다.
김 사무관은 "식약처는 제약회사로부터 생산‧수입실적 보고를 받기 때문에, 수급 불안정 품목에 대해 공급 중단보고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고 원인을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며 "정부 차원의 판단 이후 지원이 필요한 품목이라면 허가를 위한 행정지원,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긴급도입, 분산처방 제안, 약가인상 제안, 관계부처나 기관 조율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또한 지난 10월부터는 '의약품 안정공급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시작했으며,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공급관련 국내외 제도 비교, 국내 의약품 공급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사무관은 "연구 내용에 소아청소년 의약품을 포함해달라고 요청해놨다"며 "이번에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에 소아청소년 의약품 목록이 들어온 만큼, 외국에서는 어떻게 공급 관리를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약처는 11월 29일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을 재정비해 발표했다. 소아용 의약품 6종 성분(7개 품목)을 신규 지정하고, 기존 국가필수의약품 중 66종 성분(70개 품목) 지정 해제해 총 408종 성분(448개 품목)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운영하기로 했다.
김 사무관은 "2016년 제도가 도입되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국가필수의약품을 지정했다"며 "그동안 지정해제 없이 신규로 추가되면서 목록이 늘어만 가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의료환경은 변화하고 있는데, 의약품 지정 목록은 그대로 머물러 있던 것이었다. 결국 정부는 국가 차원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지난해 2월 제2차 국필 안정공급 종합대책에 따라 국필 지정 관리의 효율성 제고 및 행정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목록 재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김 사무관은 "지정해제 근거가 없어서 대통령령을 개정하고, 각 기관에서 요청해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으로 지정된 품목의 경우 기관별로 의견조회를 거쳤다"며 "국필 지정 이후 국내 도입이 되지 않은 품목의 경우, 요청 기관의 필요성 여부에 따라 지정 유지 여부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렇게 당초 지난해 발표한 지정해제 목록 120품목에서 70품목으로 절반 가량의 목록이 유지됐다.
또한 소아용 의약품의 경우, 처음 발표 당시에는 지정 검토 품목이 아니었는데 소아청소년과학회, 소아아동병원협회 등의 요청에 따라 소아청소년 사용 의약품 중 국필 대상을 검토하게 됐다.
김 사무관은 "소아청소년 사용 의약품은 장기 사용으로 안정성이 확보된 제품이 다수이나, 보험약가가 저렴하고 소아 등이 사용하니 용이한 시럽제, 패취제 등 제형이 한정적인 특징이 있다"며 "제조 수입업체의 선호도가 낮은 상황이어서 공급량 감소, 공급중단이 잦은 경우가 다수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지정된 소아용 의약품은 '미분화부데소니드 흡입액', '세프포독심프로세틸 시럽제', '아세트아미노펜 정제‧시럽제', '툴로부테롤 경피흡수제', '페노바르비탈 주사제', '포도당‧염화나트륨‧시트르산칼륨수화물‧시트르산나트륨수화물 액제' 등으로 약사법 제2조19호에 따라 질병 관리 등 보건 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봤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향후 추가 지정 논의가 되고 있는 품목이 더 있다. 전문가 단체에서 요청하신 소아용의약품과 각 협회 등에서 요청한 신규지정 품목에 대해 전문가 자문 등 진행 중이다.
김 사무관은 "채산성을 이유로 임상조차 못하고 생산을 포기하는 소아용 의약품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인 경우 허가자료 면제, GMP 우선 실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면 복지부장관과 식약처장은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식약처는 행정지원을 위해 허가지원(자료 면제, 안전규칙 개정) 뿐 아니라 채산성이 안 맞는 품목에 대해 주문생산 중이며(답손 정 등), 해외의존도가 높은 원료에 대하여 국산원료 및 완제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50억원을 들여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약가보상 등 경제적 지원에 대해 논의 중이다.
김 사무관은 "국가필수의약품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공동으로 지정하고 운영하게 된다. 식약처는 임상시험이 아예 불가능한 국가필수의약품이 허가 받을 수 있도록 총리령 개정을 했다"며 "또한 복지부에서 약가적정화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그동안 생산을 포기했던 제약회사들로부터 허가절차를 밟아보겠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감기약 사무관으로 불리는 김 사무관의 3년 동안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휘하고 있다. 감기약은 수급안정화를 찾았고, 국가필수의약품도 지정 7년 만에 재정비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급 불안정 품목이 있다. 이는 민관협의체를 참여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셈이다.
김 사무관은 "민관협의체에서 수급 불안정 품목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국가필수의약품 또한 관련 부처에서 국필에 대하여 현실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된 만큼 적극적으로 협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혜경 기자(hgrace7@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