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의원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의견서 전달
"환자 건강 심각한 위해...의사 처방권에 대한 침해"
[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심평원 사후통보를 신설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의사단체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직무대행 강대식)는 13일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동일 성분이라도 제형이 다를 경우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약의 경우 제조사에 따라 맛이 다를 수 있어 이는 환자의 복약 거부감을 유발해 만성질환자와 난치성 질환자의 치료 지속성과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며 "이는 환자와 사회 모두에게 건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명명하고 사후통보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약사가 임의로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이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며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고 의사의 처방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협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한 동일 성분 약품이라도 제조사와 제조 과정, 원료, 첨가물 등의 차이로 인해 안전성, 부작용, 발암물질 포함 여부, 효능, 품질 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이와 같은 문제가 더욱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생동성 시험은 약물의 혈중 농도 유사성에 불과해 100% 동일한 약효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리지널 약물의 100% 효과를 기준으로 80~125% 범위에서만 유사성을 인정해 동등하다고 판단할 뿐, 실제 환자가 느끼는 약효는 다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A사의 약물이 80% 약효를 내고 B사의 약물이 120%의 약효를 내는 경우, 환자가 동일 성분이라도 약을 교체할 때 실제 효과가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협소한 치료 지표(NTI)를 가진 약물은 약물 농도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효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항경련제나 항부정맥제와 같은 약물의 대체 처방이 활발해질 경우 환자는 의도하지 않은 약물 농도 변동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우려가 있다"며 "미국에서도 웰부트린과 같은 서방형 및 확장형 제형이 제네릭으로 대체돼 부작용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약물들은 방출 속도와 메커니즘에 차이가 있어 환자마다 혈중 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오리지널과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의협은 "발사르탄, 라니티린 성분 의약품 사태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의약품에 불순물이 포함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동일 성분이라도 약효가 100% 동일하지 않는 약에 대해 의사의 동의 없이 약사가 임의로 변경해 조제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본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약화사고 발생 시 환자가 그 부담을 오롯이 지게 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약사법에서도 의사의 동의 없는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의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자가 처방된 의약품 대신 다른 약제로 대체해 복용하게 되면, 환자의 증상 변화에 대해 의사가 약효 변화의 원인을 즉시 파악하기 어려워져 진료의 연속성과 환자의 치료 효과가 저해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은 대체조제 사실을 의사가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대체조제로 인한 부작용이나 기타 문제에 대해 의사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환자 안전은 약사의 효율성과 편의보다 우선하는 가치로, 환자의 의학적 상태를 알지 못한 약사가 조제 단계에서 임의로 약제를 변경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며 "아울러 의약분업의 핵심은 의사는 처방, 약사는 조제 역할을 담당해 환자 치료에 대한 상호 보완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있다. 개정안의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는 것은 환자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수진 의원은 지난달 24일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대체조제 후 약사 사후통보 방식을 의료기관 외 건강보험심사평가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신국 기자(ksk@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