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가 조제약 혼합리필 사용으로 유효기간을 알 수 없는 약들이 무차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복약되고 있다.”

5일 경기도 지역 A약사는 데일리팜 제보를 통해 이같은 약국가의 문제점을 알려왔다.

A약사는 최근까지 5년 넘게 업으로 삼아왔던 근무약사를 접고 병원약사의 길로 돌아섰다. 이유는 약국가의 유효기간 및 불법에 대한 불감증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

5년이 넘도록 여러 약국에서 조제업무를 봐왔지만 약국에서 무심코 행해지는 부실한 의약품 관리 행태를 양심상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는 것이 A약사의 설명이다.

가장 대표적인 약국가 조제 의약품 관리 부실은 유효기간 경과 의약품의 혼합 사용이다.

쉽게 말해 조제약을 다 소진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조제약을 같은 통에 부어 혼합리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약이 밑에 깔리고 새 약이 위에 있게 되는데, 이것이 계속 반복 순환되면 유효기간을 알 수 없는 약들이 환자에게 무방비하게 투약된다는 것이다.

A약사는 “심지어는 유효기간이 2~3년 지난 처방 연고를 대수롭지 않게 팔기도 한다”면서 “이 때문에 항의하는 환자들이 생길 때면 ‘이런 일이 처음 발생한 것처럼’ 무마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가장 심한 것은 소아과 조제”라면서 “특히 소아 가루시럽의 경우 불법 사전조제가 많은데, 조제 후 14일까지가 유통기한이라 이를 지키기 위해 메모를 해 놓으면 약국장이 이를 지워놓고 시간이 지나도 판매하라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근무한 곳만 해도 전체 약의 10%가 유통기한이 지났는데 ‘약이 아깝다’고 계속 사용하라고 지시한다”면서 “환자 투약 안전을 위해 만류해도 ‘주제넘게 나선다’는 핀잔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 같은 일들이 일반적 현상은 아니더라도, 비단 A약사가 근무했던 두세 곳의 특정 약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데일리팜에 제보했던 조제보조원 B씨는 “2~3곳의 약국 근무경력이 있지만 한결같이 조제실 상태가 엉망이었다”며 사진을 증거로 제시, 약국가 의약품 관리 불감증이 심각함을 역설한 바 있다.

환자가 찾아가지 않은 약을 유효기간과 상관없이 다시 혼합해 사용하거나 불용재고약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

A약사는 “친구인 근무약사들에게 털어놓으면 그 친구들도 나와 같은 경험이 많다고 얘기를 자주한다”면서 “약사 스스로 국민들의 건강파수꾼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