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약대 신설 심사기준 결정 논의가 불과 열흘 만에 종결되면서 약대 신설이 공정한 심사 기준보다는 대학 간 파워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전국 30여개 대학이 전쟁을 방불케하는 약대 유치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심사기준을 바탕으로 단 두 차례에 걸친 검토위원회만을 진행한 후 이를 확정, 신설 접수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교과부 차원의 약대 신설 심사기준 논의가 상당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대한약사회 등을 중심으로 약대 신설 심사기준이 졸속으로 결정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가 약대 신설 심사기준을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확정하기 보다는 이미 자체적으로 마련한 안을 중심에 놓고 관련 단체가 이를 수용하는 수준에서 심사기준을 확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교과부의 약대 신설 심사기준안 검토를 위해 구성된 '약대설립 심사기준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원회)도 불과 두 차례 밖에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위원회가 교과부 안을 승인하는 수준에 머무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토위원회는 올 초 구성된 이후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두 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는 선에서 활동을 종결지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대 신설 심사기준 결정이 교과부가 제시한 안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약대 6년제 교육을 위해 약대들은 무엇을 갖춰야 하는 지 공개적으로 논의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약대 신설 심사기준 논의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가뜩이나 과열양상을 띄고 있는 약대 유치경쟁이 결국은 심사기준보다는 지역 국회의원을 동원하는 등의 파워게임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7일 약사회가 각 약대 동창회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약대 신설 심사기준 마련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약대 동창회장들은 결의문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토위원회 구성 및 심사 기준 마련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어 약대 신설 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감출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교과부는 교과부가 제시한 약대 신설 심사기준은 그 동안 약대들의 교육과정 등을 관리해 온 경험과 기존 연구를 토대로 마련한 것으로 졸속처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토위원회 역시 구성 당시부터 관련 단체의 자문을 듣기위한 것이지 심사기준을 전향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었다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는 기존에도 큰 틀을 중심으로 약대학제 개편 등을 담당해 왔다"며 "약대 신설 심사기준 결정만 놓고 기간이 짧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이어져 온 연구 등을 토대로 검토위원회에서는 교과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점들을 개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검토위원회 위원들 역시 교과부가 약대 신설 심사기준 마련의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토위원회 참여하는 한 위원은 "교과부의 안이 객관적인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교과부의 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위원회도 장시간 논의를 거쳐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