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매화군자-군자의 고고한 성품 상징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중 으뜸인 매화가 은은한 향으로 상춘객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벚꽃이 봄꽃의 대표가 되었지만 4월의 숲은 흰 꽃으로 시작하며 흰 꽃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바로 매화(梅花)입니다.

언제 들여와 심었는지 모르지만 조선시대에 사군자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은 걸 보면 예전부터 심어 기른 나무 같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인지 매화는 불리는 이름도 여러 개입니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설중매(雪中梅), 쓰임이 많은 열매를 준다고 매실(梅實), 아름다운 꽃을 가졌다고 매화(梅花), 사과나 자두처럼 열매를 먹을 수 없음에도 많은 사랑을 받은 걸 보면 매화엔 어떤 기품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매화에 관한 고사에 관해서 살펴보죠.

옛날에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팔아 살아가는 영길이란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예쁜 약혼녀가 있었는데, 결혼을 사흘 앞두고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 후 영길이는 매일 무덤에 가서 슬피 울었습니다. 어느 날 무덤 옆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돋아 나 있는 것을 봤습니다.

영길이는 이 꽃이 죽은 약혼자의 넋이라고 생각해서 집에 옮겨 심고 그 꽃을 가꾸며 사는 낙으로 살았습니다.

그 후 세월은 흘러 영길이는 늙고 매화나무도 자랄 대로 자랐습니다. 명절마다 매화나무 꽃 그릇을 새로 만들어 옮겨 심고서는 산 사람에게 말하듯 내가 죽으면 누가 돌봐주느냐고 슬퍼했다고 합니다.

그 후 동네사람들은 영길이 노인집 대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안에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고 영길이가 앉았던 자리에 예쁘게 만든 그릇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뚜껑을 열자 그 속에서 휘파람새가 날아 나와 곁에 있는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슬피 우는 것이었습니다.

매화나무를 걱정하던 영길이는 죽어서도 잊지 못해 휘파람새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화의 꽃말은 '아름다운 덕'이며 사군자의 하나가 된 것입니다. 벚꽃을 담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요란하지 않고, 군자의 그윽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격조 있는 꽃이 바로 매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화에서 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많이 표현되었습니다.

또한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섯장의 순결한 백색꽃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다 지는 모습이 미인에 비유되기도 했습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매화를 세한삼우(歲寒三友) 라 하여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사용되었습니다.

이렇듯 조선시대 양반문화 속에서 매화는 추앙 받는 꽃이었습니다.

선비의 고결한 성품을 상징한 이 꽃이 정통 회화의 조류를 모방한 민화(民畵)의 단골손님이 된 것은 당연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조선은 유교적 전통이 강한 양반사회였으며 후기 영·정조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중문화가 태동한 가운데 민화가 생겨났습니다.

당시 민화의 바탕에는 양반선호사상이 두텁게 깔려 있었으며, 양반의 향유물이던 사군자를 그리면서 양반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이 바로 우리가 민화 속에서 매화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鶴)은 실존하는 새임에도 신비스럽고 영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신선(神仙)이나 고고한 인품을 지닌 선비를 상징했을 뿐만 아니라 십장생 무늬의 하나로 장수와 속세를 벗어난 풍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