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담이 11일(한국시간) 현재 중반을 넘어서면서 '지적재산권협정'(TRIPs)이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TRIPs(Trade 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system)는 제네릭과 카피의약품이 많은 국내 제약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각료회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신약개발 선진국의 대표주자인 미국과 스위스 등은 개도국들의 TRIPs 개정 주장에 대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를 보였다.

선진국들은 신약 연구·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특허권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은 TRIPs를 약화시키는 문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 남은 회의기간에 협의가 안될 경우 선언문상에 다른 사안들과 분리·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스위스도 외견상으로는 개도국에 필수의약품 적기공급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기존 TRIPs를 손질하는데 반대하고 나섰다.

스위스는 개발도상국들이 특허권을 무시하고 복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도국들은 이에대해 의약관련 특허로 공중보건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필수의약품의 저가공급을 강력히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개도국들은 세계무역기구가 TRIPs를 이행토록 개발도상국 정부들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개도국과 선진국간에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TRIPs 문제는 양자간에 양보할 수 있는 이권이 배경으로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은 TRIPs를 양보할 경우 자국 제약업체들의 이익에 중대한 마이너스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TRIPs를 전면에 내세워 개도국에서 우월적이고 배타적인 시장독점욕을 놓치치 않으려 한다고 맹비난 했다.

이번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에서는 결국 TRIPs문제가 신 '남-북문제'(부와 빈곤)로 최대 현안이 됐다.

개도국들은 TRIPs가 복제나 카피 문제 보다는 '북'이 우수한 기술을 창출해 내는 것을 막고 '남'에게 지속적으로 독점적 시장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도록 하기 위한 보호모역의 간판이라고 비야냥 거리고 있기까지 하다.

TRIPs 문제는 전 세계 유수의 39개 제약사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들 제약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3국에서 싸게 판매되는 에이즈치료제의 수입허가 입법조치를 문제삼았다.

'남아공,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은 필수의약품의 저가공급을 위해 지적재산권 협정의 모호한 규정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WTO에 제기한 내용이 그것이다.

이번 각료회에서도 이러한 주장들을 중심으로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측은 이같은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편도 개도국편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국내 주요 시민단체 및 의약단체들이 한국정부도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RIPs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의약관련 진보단체들은 "인간의 생명이 특허권 보다 앞설 수 없다"며 TRIPs 개정을 촉구해 왔다.

건약(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유지적재산권모임, IP-Leftn, 민중의료연합, 사회진보연대 등은 이미 지난달에 TRIPs를 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20년이나 존속되는 특허와 고가의 약값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죽어가는 생명이 수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TRIPs는 세계적인 오리지널 신약들이 대부분 장기간 특허보호를 받아 진입장벽에 막혀 있는 국내 제약산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TRIPs가 다소 탄력적인 제도로 개정된다면 국내 제네릭 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무역기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TRIPs 문제는 13일 폐막을 앞두고 신 국제무역질서의 출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TRIPs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표명을 유보할 것이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의 장기적 비젼을 고려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