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으로 인해 연간 지출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무려 1조783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양봉민 박사팀은 26일 'B형 간염바이러스 관련 질환의 사회적 비용 추계'라는 내용의 논문을 통해 B형간염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산출해 발표했다.

B형 간염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지출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양박사는 ▲B형 간염바이러스와 관련된 직접 의료비용에 대한 연구(의료보장제도 및 환자의 본인부담에 대한 연구) ▲B형 간염바이러스와 관련된 간접 비용에 대한 연구(생산성 손실, 교통비용, 치료시의 기회비용 등에 대한 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양박사는 이 발표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의 사회적 비용을 '예방비용'과 '이환비용'의 합으로 추산했다.

'예방비용'은 접종 및 검사비용(백신접종, 항체검사,항체사용) 등의 직접비용과 교통 및 시간비용(백신접종, 항체검사) 등의 간접비용을 합한 것으로, 지난 97년 한해동안 총 1천422억원이 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간염·간경병등으로의 이환에 따른 이환비용은 지난 97년 한해 동안 9천36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환비용은 급성간염(B16), 만성간염(B18), 간경변(K74), 간암(C22)등으로 질병을 구분, 서양의료·한방의료·약국·건강식품등에 지출한 비용과 간병비용(직접비용)으로 각각 산출했다.

여기에 교통비용, 시간비용, 입원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직업중단, 활동력 저하, 조기사망 등 간접비용을 합해 전체 이환비용을 구했다.

양박사는 B형 간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이 높은 원인에 대하여 첫째 B형 간염 예방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출이 높고, 둘째,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감염률이 가장 높은 국가중의 하나로서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높으며, 셋째, 젊은 연령층 남자의 감염률이 높아 직업상실, 노동력 감퇴, 조기 사망 등으로 인한 간접비용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박사는 "환자의 호주머니에서 직접 지출되는 비용뿐만 아니라 그 질병이 없었더라면 사회의 다른 분야에 투입되었을 자원까지도 질병부담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고 밝히고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것은 그 질병을 줄임으로써 사회가 더욱 부유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안 윤옥 교수의 우리나라 B형 간염의 최근 유병률 변화에 대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약 5.5퍼센트가 B형 간염 보유자이고 이들 중 약 70퍼센트 정도가 만성 보유자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김 정룡 박사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만성 간염 환자가 간경변으로 진전될 위험성은 20년 후 48%이며, 15년 후 간암으로 진전될 위험은 35%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86년 이래 B형 간염을 제 3종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