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보호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이 향수제품들의 국제적인 교역 활성화와 전통 중의약 분야에서의 대량사용으로 인해 사향노루가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고 지난 6일 영국 BBC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 그 배경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르면 크기가 작고 군집생활을 하지 않으며 수줍음을 타는 동물로 알려진 사향노루는 아시아와 동부 러시아 산악지역의 숲 속에 주로 서식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에 약 40~80만마리 정도가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프카니스탄, 부탄, 인도,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사향노루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종들의 국제적 교역을 금한 CITES협약 1항에 올라있다. 'CITES'는 'UN Convention on Inter'l Trade in Endangered Species'의 약어이다. 기타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사향노루들도 교역이 금지된 CITES 2항에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 WWF와 영국, Traffic(WWF와 국제자연보존연맹이 함께 운영중인 야생 모니터링 프로그램)이 공동발표한 보고서 '향수에 관하여(On the Scent)'는 사향노루의 숫자가 최근들어 격감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문제는 향수 교역 활성화와 骨 강화를 위한 처방에 쓰기 위해 전통 중의약 분야에서 천연사향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은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사향의 가격은 킬로그램당 45,000달러에 달해 금 보다 3~5배나 비쌀 정도여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값비싼 천연물의 하나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천연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의 향샘("pods" or scent glands)으로부터 얻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밀렵꾼들이 25그램의 사향을 뽑아낼 수 있는 수컷 사향노루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평균 3~5마리를 포획하고 있다"며 "이는 1㎏의 사향을 얻기 위해 약 160마리의 사향노루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음을 뜻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자이언트 팬더 등 다른 동물종들이 사향노루를 잡기 위해 설치한 올가미에 빠져 무차별적으로 포획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자연보호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스튜어트 챔프만은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 향수 소비자들은 그들이 무엇을 구입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향수 제조업체들은 제품라벨에 '클린'이니 '클리어리'라는 글자를 새겨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만도 지난 20년간 엄청난 양의 천연사향이 합법적으로 수입됐는데, 이는 결국 수만마리의 야생 사향노루들이 희생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사향의 수입량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러시아 사향노루의 경우 지난 10년간 밀렵과 지나친 개발로 인해 50%나 감소했다고 밝히고, 천연사향의 사용은 유럽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고급향수 제조업체들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WWF는 사향노루의 숫자에 대해 보다 면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EU와 향수업계가 러시아로부터 사향 수입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아울러 사향 대체물의 개발을 촉구했다.

아울러 모든 향수제품들에 대해 천연사향의 사용여부를 라벨에 표기할 것을 요망했다. 지난 78년부터 96년까지 천연사향을 외국에 팔아온 주요 수출국들로는 중국, 몽골, 소련, 러시아, 키르키스탄, 우즈벡스탄 등이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