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료 S/W 업체가 지난 1일자로 자사 처방전 프로그램 중 약국제출용만 서식을 무단변경, 하루동안 일부 약국가의 업무 혼란이 초래돼 원성을 사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업체는 약국 프로그램도 병행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지난 1일자를 기점으로 병의원 처방전 프로그램에 환자 주민번호 뒷자리를 의사 임의로 공개, 비공개 선택을 할 수 있는 옵션을 새롭게 추가시켜 약국제출용 처방전에만 적용시킬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상당수가 처방전 낱장 발행을 일삼고 있어 이를 발급받은 약국에서는 환자와의 본인확인 대조를 하는 작업에서 마찰이 생겨 청구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EDB와 KT 2D 바코드 사용 약국 외에는 환자 본인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피해를 봤던 해당 약국들은 이날 ▲처방전 낱장 발행 시 확인할 길이 없었고 ▲스캐너 사용의 경우 '*'로 프린트 돼 인식이 전혀 되지 않았으며 ▲신분증과 의료보험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환자가 많은 데다가 ▲있다고 하더라도 확인 시 환자 저항으로 인한 업무 차질 초래 등이 최종 맞물려 약국 업무 전체에 혼선과 일시적 마비가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는 "민영업체가 또 다른 유료 민영업체 제품인 2D 바코드에만 처방전을 인식, 식별할 수 있게 한 것은 일종의 '담합' 소지가 있다"며 복지부에 민원을 넣을 계획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타 업소의 일부가 이 같이 옵션 기능이 있고 환자들의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의사들의 컴플레인이 많아 이 같은 옵션을 새롭게 추가했다"면서 취지를 설명했지만 "선택은 의사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이 처방전의 기재사항을 임의로 변경한 경우, 이를 제제할 마땅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약사회는 이를 '기재사항 위반', '허위 처방전 발급'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복지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1일 데일리팜과의 전화통화에서 "처방전과 관련한 의료법 처벌사항은 개인정보가 심각하게 누출됐을 때와 처방전 기재사항에 대한 약사의 문의를 의사가 이유없이 응대하지 않았을 경우"라며 "주민번호 뒷자리를 가린 것 만으로 처벌규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는 의원이 처방전을 2장 발행하도록 돼 있는 것이 '권장사항'으로 묶여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처방전 기재사항 위반에 대한 마땅한 처벌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약사회 한 관계자는 "민간 업체가 정부의 처방전서식 제도에 대해 옵션을 다는 것은 법 이해가 부족한 기본에 벗어난 행위"이라고 규정하며 "업체가 악의를 갖고 행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 시민단체 측에서도 수기처방전과 맞물려 비급여 처방일 경우, 탈세 악용의 우려가 있음을 제기한 바 있다.

사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업체 측도 일정부분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시정할 것을 피력했다.

업체 관계자는 약국 반발이 크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과 함께 "차후 자체 점검을 통해 문제점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면 곧바로 시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