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르고 잘 쓰자” 지난 임기에 이어 재선임된 #신현택 약제급여평가위원장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급평위)의 역할과 선별목록제도의 취지를 한 마디로 압축했다.

선별목록제도의 취지가 가치있는 약을 잘 골라내(경제성) 꼭 필요한 환자가 올바로 사용(혜택)하도록 하는 데 있는 만큼, 급평위의 자문 역할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는 뜻에서다.

신 위원장은 이같은 관점에서 “등재에 집착한 나머지 가격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장기적으로 포지티브리스트의 취지와 충돌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대안(대체제)이 없고 특정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들은 가치에 상응하는 가격을 주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약은 목록에서 제외해 최소한의 숫자로 최대한의 편익을 가져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 위원장은 급평위의 전신인 약제전문평가위원회 시절부터 위원직을 맡아 지금까지 급여평가 자문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후 신설 급평위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급여평가 체계의 심화 발전 과정을 지켜본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아 2기 위원장으로 재추대됐다.

지난 임기는 기등재약 목록정비 시범사업 등 굵직한 정책 과제와 연계해 급평위의 성장통이 극심했던 시기.

논란과 이해의 중간지대를 통과해 안정과 화합을 조율해야 할 신 위원장에게 향후 운영 방향과 재임 각오를 들었다.

다음은 신 위원장과의 일문 일답.

-지난 임기에 이어 위원장으로 재추대됐다. 소감과 각오는.

더 고생하라는 뜻 아니겠나. 위원장은 회의를 잘 이끌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돕는 '방향잡이'일 뿐이다. 위원들의 심도있는 토론이 균형적으로 반영돼 무엇보다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원칙이 잘 실현되도록 돕겠다.

-급평위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가 부쩍 높아졌다. 지난 회기를 자평한다면.

‘경제성평가’라는 툴을 도입해 약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다. 신약에 대한 급여평가 체계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본다. 향후 기등재약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큰 숙제다.

-위원회의 자문이 약제비 관리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회기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없나.

새로운 제도 하에서 자문역할을 하면서 부족한 점도 있었다. 포지티브리스트의 출발은 최소한의 숫자로 최대한의 편익을 가져가자는 것인데, 목록정비는 되지 않고 최종 결과가 ‘약가인하’로 귀결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동안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축적된 만큼 보험자, 공급자, 소비자가 원하는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면서 합리적인 해결점이 모아질 것으로 본다.

-같은 맥락에서 새 위원회 운영상 특별히 달라지는 점은.

실무적인 영역에서 '룰'을 공개하고 투명성을 확보해나가는 노력에는 나름대로 진전이 있었다. 향후 위원들의 전문성이 보다 잘 발휘되도록 운영을 효율화하는 개선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둬 임상적 유용성 등 전문적 평가를 보다 내실화하고 심화화는 차원이다.

-향후 급여평가 과정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난제를 꼽는다면.

기존에 있던 약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공급자의 생존권, 소비자의 편익과 직결되는 가운데, 이해가 상충하는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약'이 왜 이렇게 민감한 화두가 됐다고 보나.

약은 굉장히 다면적이다. 보험료를 직접 부담하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이 혜택이 돌어가아 햐고, 정부는 재정이 파탄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고, 기업으로서는 최소한의 적정 이익을 담보해야 한다. 포지티브리스트는 한 마디로 '잘 고르고 잘 쓰자'는 제도다. 모든 이해 당사자가 100%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같은 '다면성'을 고려해 무엇이 소비자를 정말 위하는 길인지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겠나. 등재에 지나치게 치중해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결과적으로 포지티브리스트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저렴한 것만 추구하다가 대안(대체제)이 없는 약의 공급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신임 평가위원 위촉 과정에서도 외부의 비판이 많았는데.

실제 회의장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고민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끼리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가기도 한다. 논의 과정을 잘 모르는 외부에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나 전문가들의 자율성이 잘 발휘되도록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발전적인 제언으로서의 비판은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훼손하는 압력으로서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큰 틀에서 약제비 관리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한 말씀.

가치있는 약을 잘 잘 고르는 것(경제성) 이상으로 꼭 필요한 사람이 바르게 사용하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고령인구 만성질환이 증가하는 추세로 볼 때 약제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데, 따지고 보면 환자가 약을 바르게 먹도록 해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의료비 절감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약을 관리하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연구가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