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코다당증 2형(헌터증후군) 환자들에 대한 치료제 공급이 한발 가까워졌다. 기획재정부가 엘라프라제의 관세를 면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관세 면제 조치로 인해 약가 결정의 최종 단계인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직권조정이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관세 면제라는 미봉책이 사용돼 향후 일부 제약사들이 의약품 공급 거부를 남발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삼오제약 뮤코다당증 치료제인 #엘라프라제의 관세 8%를 면제하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규칙'을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엘라프라제 관세 8% 면제, 삼오제약 공급 의지 비춰

기재부 남연화 사무관은 "복지부의 요청으로 엘라프라제에 대한 관세 면제가 결정됐다"며 "특정 약에 대해서 관세 감면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치료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오제약은 10%의 부가세 면제도 함께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관세 면제 조치만으로도 엘라프라제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오제약 한 임원은 "그렇게까지 하는데(관세 면제) 공급을 안 한다는 건 회사의 손해와 이익을 떠나서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9번째 관세면제…급여조정위 결정 무력화

의약품에 대한 관세 면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삼오제약은 세레자임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았고 엘라프라제의 경우 9번째로 관세 면제 의약품이 됐다.

그 밖에 ▲근육모세포 ▲윌슨병 치료제 ▲에이즈로 인한 심신장애 치료제 ▲혈우병으로 인한 심신장애 치료용 형액응고인자 농축제 ▲장애인을 위한 삼킴장애 제거제 ▲림파구증식증 치료제 ▲니티시논 등 타이로신혈증 치료제 등이 관세법 시행규칙상 관세 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엘라프라제의 경우에는 실질적 최종 약가결정 구조인 급여조정위의 조정을 거치고도 제약사가 불복한 첫 케이스로서 앞으로 희귀·필수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조정위를 거치고도 공급거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관세 면제 조치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악용의 문제는 사실 있다"면서 "모든 필수약에 대해 조정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방지할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삼오제약의 경우 다음 주 마이오자임을 대상으로 한 조정위 회의가 예정돼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오자임 조정 결렬시 관세 면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엘라프라제의 경우가 반드시 다음번에 면세를 시켜주는 선례로 작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약사 공급거부 '배짱', 입법 해결 요원

조정위의 조정에 대한 권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경우 의약품 공급 문제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어려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반 사기업에 공급을 강제로 하도록 법을 고치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그는 "높은 환율로 가격이 정해진 경우 환율이 낮아졌을 때 약가가 인하되는 게 아닌 만큼 기업이 헷징을 한다든지 리스크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지 국가가 환차손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