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전자처방전 및 원격의료의 허용을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달말 입법 발의될 예정인 개정안에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 규정을 비교적 상세히 담고 있어 의료계 및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원격의료를 허용한 개정안 30조에는 '서로 떨어져있는 참여자 사이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를 제공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한다'고 전제해 놓았다.

이어 개정안은 이러한 전제조건을 충족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의료기관간 및 의료인간(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 한한다)의 원격자문과 의료인이 특정질환 환자에 대해 1회 이상 대면진료를 실시, 원격의료가 환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원격의료를 허용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논란이 돼온 원격진료나 전자처방전 발행과 관련된 각종 법적시비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돼 의료정보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법 개정안' 전반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원격진료와 관련된 개정안의 일부 내용이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원격의료의 시설 및 설비 등의 기술적 표준이나 원격진료를 적용하는 질환의 범위 및 기간을 행정관료(보건복지부령)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사이버세계에서 의료행위규범이 의료인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생산·관리되지 않고 단순히 기능적 관점에서 행정관료가 재생산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원격의료에서 그 주체인 의료인이 배제되고 기능성만 강조돼 의료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응급구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요원이 의사의 지시를 받아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의료의 도입이 절실하다"며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원격의료 규정은 졸속으로 만들어져 이와 관련된 보다 정교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련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 업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원격진료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격진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수익모델을 찾기가 힘들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단순한 온라인 원료상담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격원료를 허용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원격진료 관련업체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이 커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