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약분업관련 약사법안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소리는 36년간 지리멸렬하게 끌어온 의약분업분쟁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직은 의료계가 개정안을 수용할수 없다며 집단휴업 · 면허증반납 등 강경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의약분업에 대한 대세는 시행하는 방향으로 이미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법사위원회의 자구수정을 거쳐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지만 관행대로 다른법안과 함께 일괄처리되는 수순을 밟게돼 국회가 파행운영되지 않는한 올해안에 매듭지어진다.

따라서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의약분업은 개정법안에 따라 실시되고 정부는 국회에서 처리되는대로 세부시행규칙을 마련하여 공포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63년 약사법에 의약분업을 명시하고 목포시 시범사업을 전개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제도시행을 추진해 왔으나 번번이 의약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양상이 전혀 달랐다.

의사 약사측이 의약분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데다 서로간 이해득실로 파행을 거듭해오던 의약분업은 시민단체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중재에 나서면서 무르익기 시작했다.

지난해 의약분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한 정부안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이 제외되고 주사제가 완전 빠지는 등 불완전분업에 가까워 약사단체는 물론 의사단체도 강력 반발하고 나왔다.

그러던중 시민단체가 나서 의사 약사단체가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대원칙에 합의하면서 분위기가 대반전됐다.

병원급의료기관이 제외될 경우 환자들이 종합병원으로 몰리게돼 의원들이 도산될 뿐만 아니라 약국도 처방전수용이 어려워 문을 닫아야한다는 위기감에서 양단체장은 의료기관의 외래조제실폐쇄를 골자로한 시민단체합의안에 서명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병원단체는 의료기관내 조제실폐쇄는 환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의사협회의 회비반납운동을 펼쳤고 이에 다시 의협과 병원은 공조체제를 유지하여 정부의 의약분업법안을 반대하고 나오기에 이르렀다.

우여곡절끝에 통과된 이번 개정안을 보면 그동안 의료계가 의약분업시행 반대를 주장해온 ▲약사의 일반약 임의조제와 ▲의료기관내 외래조제실폐쇄 문제가 시민단체가 합의한 원안대로 통과됐다는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의 조제'와 관련, 약사는 일반의약품을 조제할 때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당초 전문약에 한하던 약사의 조제사항에 일반약을 추가시켜 의사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약국개설자가 일반의약품을 직접의 용기 또는 직접의 포장상태로 한가지이상 판매하는 경우 개봉판매를 허용,사실상 약사의 일반약 혼합판매를 허용했다.

또 의료기관의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조제를 의무화하기 위해 의료기관내 조제실을 폐쇄하기로 결정, 병원단체의 주장은 물거품이 됐다.

더욱이 당초 기존 종합병원내 설치된 구내약국을 1년간 유예기간을 두도록한 부칙2조를 삭제하여 의약분업 시행전 폐쇄토록해 의료기관과의 담합시비를 없앴다.

이에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약사법개정안 통과는 개악'이라며 반발강도를 높이고 있어 의약분업을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협회는 오는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정부의 의약분업저지를 위한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정부가 의약분업을 강행할 경우 집단휴업, 면허증반납 등 극한투쟁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시민단체도 이날 의료기관의 무자료거래에 대한 비리를 폭로하며 맞불작전을 펼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 내년 7월 의약분업시행에 대비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국민홍보작업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의약분업 추진과정]

⊙1963년- 약사법에 의약분업 명기

⊙1965년- 의약분업 시행여건 미비이유 약사법부칙에 의사직접조제 허용,
시행유보

⊙1969년- 국회 보건사회위원회 의약분업추진위원회 구성, 무산

⊙1977년- 의협-약사회 의약분업 공동합의

⊙1977년- 의료보험제도 도입

⊙1982년7월- 목포시 시범사업실시

1차-임의분업('82.'7~'84.4)

2차-당사자계약방식에 의한 강제분업('84.5~'84.12)

3차-임의분업('85.4~'85.9)

⊙1985년10월- 의약계갈등 목포시시범사업 중단

⊙1988년 4월- 전국민의료보험 확대 실시,
국민의료정책심의위원회주관 의약사단체 3단계 방안 제시

⊙1988년10월- 의약계간 3단계방안 백지화

⊙1989년 7월- 약국의료보험제도 도입

⊙1994년 1월- 약사법개정, '97.7~'99.7내 의약분업 실시

⊙1996년11월- 국무총리 자문기구 '의료개혁위원회' 설치

⊙1997년12월- 의료개혁위원회 단계별 의약분업실시 기본모형 확정

⊙1998년 5월- 의약분업추진협의회 구성

⊙1998년10월- 분추협 의약분업시행안 마련,
'99년 7월1일시행 3차의료기관제외 등

⊙1998년12월- 새정치국민회의 의약분업 중재안발표,
모든의료기관 원외처방전발행 의무화 등

⊙1999년 3월- 국회 의약분업 1년간 연기, 2000년 7월1일 시행

⊙1999년 5월- 의약분업실현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의협 약사회장 합의안에 서명(5월10일)

⊙1999년 6월~1999년 9월- 의약분업 실행위원회구성, 시행안 확정

⊙1999년11월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정부 의약분입시행방안 약사법개정안 처리,
2000년 7월1일시행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