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개정고시 시행 첫날인 2일 한 대학병원의 수납창구. 평소와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창구마다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접수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간혹 수납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는 단지 특정병원에서 벌어진 상황이 아니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들은 2일 급작스럽게 시행된 개정고시로 인해 수납업무에 큰 불편을 겪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1층 외래 수납창구의 대기자가 평소 30∼5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날은 약 200명이상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희의료원은 평소보다 50∼60명 정도 증가했으며 연세의료원, 중앙대병원 등도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늘어나 큰 혼잡을 빚었고 환자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이는 종합병원급의 환자부담금이 2만5천원을 기준으로 변동되는 개정령 시행에 따라 야기된 현상으로서 병원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수납관련 전산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에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이 아직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아, 당장 지난달 말에 검사한 환자의 진료비 차액을 환불 또는 추가 징수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중앙대병원 관계자도 "사전에 어느정도 전산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대비했지만 이에 익숙치 않은 직원들이 새로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산실에 문의해 대기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시행전 직원들이 꼬박 며칠간 밤을 새며 전산프로그램 개편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납체계에 적응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충분한 교육시간도 없이 더욱이 각급 학교의 방학으로 인해 환자수가 늘어나는 7월에 심한 변동이 있는 고시를 시행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이번 개정고시를 백지화하고 정률제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원의들은 정부고시 거부운동을 하는데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협이 고시를 따르라는 공문을 전달하는 등 어쩔 수 없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며 병협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 이날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이 원무과를 찾아 "정부고시를 거부하자는 의료계 비대위 방침을 왜 따르지 않는 것이냐"며 탐탁치 않은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