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번째 마당|기업인수목적회사와 제약업계

"SPAC? SPEC이 중요해요. 느낌아니까요."

뉴스따라잡기를 애독해주시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제약업계에 관심사로 등장한 #SPAC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약업계에 인수합병은 늘 핫 이슈였지만 성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오랫동안 고착화돼 있는 오너문화와 함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는 제약업계에 쓸만한(?) 인수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텐데요.

따라서 오너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SPAC 인수합병 모델'이 국내 중소제약사들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화된 경영 아이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력 등 하드웨어가 충족되지 않아 도약(상장)을 하지 못하는 중소제약사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 안과 전문 제약사인 DHP코리아가 한국거래소로부터 합병 상장 '요건 충족'통보를 받고, 11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어서 제약업계에 첫 '스팩 합병 제약사' 탄생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회상장을 염두하고 있는 중소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SPAC에 대해 알아볼까요?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기업인수목적회사)은 M&A만을 목적으로 투자자로부터 공모방식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자금을 모집해 설립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명목회사)를 말합니다.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기업합병에 따른 주가상승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사용하지요.

SPAC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보편화돼 있는 M&A 방식이지만, 국내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되면서 비로소 관심이 높아지게 됐습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정부도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재무구조 조정 지원을 위해 SPAC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했고, 지난 2009년 12월 21일 기업인수목적회사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령이 공포 되면서 합법화되기에 이릅니다.

따라서 국내시장에서 SPAC 역사는 채 4년이 되지 않습니다.

SPAC의 방식은 회사를 설립해 기업공개(IPO)를 한 후 공모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집하고, 기업공개 후 상장해 일정기간(3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집니다.

또 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하고 나면 자동적으로 소멸하며, 3년 내에 합병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해산됩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주주(투자자)들은 합병 후 가격이 오른 상장주식을 주식시장에 매각하고 투자이익을 회수하지요.

기존 M&A시장이 고액투자자나 기관들만 참여했다면 SPAC의 경우 소액 개인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로 국내 증권사들이 SPAC을 구성하게 되는데 이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스팩투자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각자의 사모펀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또 인수대상 기업인 비상장기업은 상장의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효과적으로 상장 기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결국 SPAC 제도는 전문가 그룹이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우량 비상장기업을 발굴해 상장시킨다는 점에서, 우회상장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2009년 제도 시행이후 올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스팩을 통해 20여건이 넘는 상장추진이 진행됐습니다. 국내 제약업계에도 웨일즈제약과 영풍제약 등을 대상으로 2건이 추진된바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까지 주식시장에서 합병에 성공한 SPAC은 6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성사율은 높지 않습니다.

제약업계도 영풍제약과 웨일즈제약이 모두 우회상장에 실패했지요.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상장폐지 비율이 높아지면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협소한 국내 M&A 시장에 비해 단기간에 많은 SPAC 주식이 상장됐다는 점과, SPAC과 합병하는 비상장 기업의 가치 평가 규제 등이 요인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국내제약사들도 SPAC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SPEC(사양, 仕樣)이 중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이런의미에서 DHP코리아의 11월 상장예정 소식은 국내 제약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수 있죠.

이 회사는 1회용 인공눈물 시장 점유율 50%, 전체 점안제 점유율 25%에 달하는 특화기업이라는 점과 2010년 106억원에서 지난해 21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실적 성장세 등이 이어지면서 스펙(spec)이 좋은 회사로 가치를 인정 받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GMP 업체가 200여곳이 넘고 상장기업은 50여곳 됩니다. 이중 다국적사를 제외하고 실적을 어느정도 내고 있는 국내 비상장제약사들은 약 60여곳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비상장제약사들이 좋은 SPEC을 확보하고, 나아가 SPAC과 함께 M&A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들의 발걸음에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