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일반약 비급여 전환 품목을 최근 확정 고시함에 따라, 병원 다빈도 처방의약품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주요 제품을 보유한 업체들의 장기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번조치로 인해 장기처방이 많은 삐콤정·바이맥스,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란타·베아제·베아겔·겔포스 등을 비롯해 병원과 약국에서 안정적 매출규모를 형성해 온 써큐란·베스자임·안티프라민로숀·쿨파프·그랑파제와·제스탄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비급여 전환품목을 보유한 해당 기업들은 이번 비급여 전환의 시장 판도변화는 급여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물론 장기복용 환자들의 경우 비급여 전환으로 인한 비용부담으로 처방기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예상되지만, 가격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 그 외의 환자들은 비급여 품목 처방을 거부할 확률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결국 해당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처방료라도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약국을 통한 직구입을 선호할지, 그래도 병원 처방을 신뢰할지에 따라 상위메이커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해당 업체들은 아직은 그 향방을 알 수 없기에 분업 이후 병원영업에 주력하고 약국영업을 축소해왔던 마케팅을 수정, 약국 판매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95% 이상 병원 처방에 주력해온 대웅제약은 어느 정도의 매출 감소를 예상, 단기적인 방안으로 미란타·베아제·베아겔의 약국 영업망 모색을 위한 광고를 계획, 내년 3월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인 방안으로 약국용과 차별화한 병원 처방용 베아겔 제품 생산 및 단일 브랜드 전략을 통해 고급스런 이미지를 유지해 나가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대웅제약측 관계자는 "이번에 포함된 감기약 지미코의 경우 PPA 제제 등 성분상 일반약 비급여 전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복지부에 이에 대한 질의서를 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대웅제약과 달리 병원과 약국 매출이 5대5를 형성하고 있는 종근당의 건위소화제 제스탄의 경우 의원·치과의 처방감소가 예상되기는 하나, 영업전략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침이다.

따라서 자사의 광고 예산에 제외돼 있는 소화제 광고를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ETC 품목 개발을 통해 처방 매출도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측 관계자는 " 무엇보다도 브랜드 인지도가 생명인 소화제의 특성을 감안해 광고를 통한 약국 쉐어율 확장을 고려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품목들이 한정돼 있어 약국 영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대답했다.

동아제약의 써큐란의 경우 그 동안 약국영업에 주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처방에 의한 매출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됐던 만큼 내년 4월 적용시점 전까지는 처방영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약국 영업망 확장을 위해 소비자 지향 마케팅 전략을 강화, 지방방송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혈액순환 강좌 이벤트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보령제약은 관련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겔포스엠의 비급여전환에 대해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는 기존의 겔포스를 겔포스엠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인상했던 부분이 보험등재와 일반공급시 이중 가격을 형성하는 혼란이 초래돼 왔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이 같은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리딩품목으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주요 해당 업체들은 제품에 대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광고비 및 판매관리비용을 확대하고, ETC 품목 생산을 신중히 고려하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비급여 전환 조치로 인해 처방전에 일상적으로 사용돼왔던 건위소화제 등의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정부의 가격통제에서 벗어나 업체가 가격결정의 자율권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