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진열대 배치 자가선택 늘어...제약, 약국전용 제품 선봬
마트,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는 의약외품을 약국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있을까.
서울 송파구의 한 약사는 지난해 영업사원 권유로 살충제 스탠딩 매대를 설치한 후 달라진 매출에 놀랐다.
그동안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이나 진열대 한켠에 배치해 고객이 찾을 때만 건네던 살충제 제품이 약국 주 출입구에 별도 진열대를 설치하고 취급 품목도 늘렸더니 관련 매출이 그 전해에 비해 상승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살충제는 하절기 반짝 특수 제품이란 고정관념이 깨졌다는 게 약사의 말. 환경 변화로 모기나 바퀴벌레 출몰이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한데다 요즘은 집먼지 진드기 등에 민감한 고객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제품을 구입해 간다는 것이다.
이 약사는 "살충제 매대를 따로 설치하고 취급 품목도 약국전용 제품을 늘려선지 조제나 매약을 위해 방문한 환자도 꾸준히 제품을 구입하더라"며 "진열대 설치 전과 후 1년간 살충제 판매를 POS로 비교해 보니 매출이 40%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도 "마트로 뺏긴줄 알았던 하절기 품목이 별도 진열장을 설치하고는 추가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약국이 그동안 쉽게 포기해 버린 품목에 대한 재고처리 방안과 약국 진열, 인테리어 변화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한 약국당 한 회사 제품 매대만 설치하는 게 대부분인 만큼 약국들의 이른바 '골든존'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에스씨존슨코리아 '에프킬라'의 약국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녹십자도 본격적인 여름이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약국 매대를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직거래 약국들이 특수 시즌 전 매대를 설치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현재 녹십자는 약국전용 제품인 에프킬라맥스를 직거래약국들에 한해 공급하고 있으며, 이 제품은 여타 할인점이나 마트에서 구입할 수 없는데다 제품 자체의 효과가 좋고 약국에 적정 마진도 보장돼 약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에쓰씨존슨코리아에서 판매 중인 약국전용 살충제, 에프킬라맥스.
녹십자 관계자는 "별도 셀프매대를 설치하는 약국은 품목을 다양하게 진열할 수 있고, 계절에 상관없이 진열하다 보면 꾸준한 매출이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우리 회사 직거래 약국 중 3000여곳에 스탠드형 매대가 설치돼 있고, 그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약국이 일반 할인점이나 마트와 다른점은 공간만 확보되면 특정 시즌을 떠나 1년 내내 매대 진열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업체 차원에서 약국 매대 설치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bob83@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