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엔트레스토·코센틱스' 2종 마케팅에 사활…내부갈등은 갈수록 심화
26억원대 불법 #리베이트 적발 이후 큰 고비를 넘긴 한국#노바티스가 하반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
글로벌 매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심부전 신약 '#엔트레스토(발사르탄+사쿠비트릴)'와 건선 약물인 '#코센틱스(세쿠키누맙)' 2종을 내세워 화려한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다국적 제약사로 꼽혔던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8월 의료인들에게 25억 9000만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기소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를 합쳐 561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폭탄을 맞았고, 12개 품목에 대한 3개월 판매금지, 9개 품목의 6개월 급여정지 등 강도높은 제제를 받아 내부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부터 휴직처리된 문학선 전 한국노바티스 사장의 뒤를 이어 크라우스 리베 임시대표 체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불안심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달부터 급여정지를 적용받게 되는 노바티스가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제약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반기 엔트레스토·코센틱스 급여출시 예고= 약 자체만 놓고 보면, 노바티스에 대한 평판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급여등재를 앞두고 있는 신약 2종 역시 마찬가지다.
15년만에 등장한 심부전 신약으로 불리며 혁신성을 입증받았던 '엔트레스토'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심박출계수가 감소된 만성심부전 환자 8442명 대상의 PARADIGM-HF 연구(NEJM 2014;371:993-1004)에서 표준요법(에날라프릴) 대비 심혈관계 사망률을 무려 20% 낮추고, 심부전 입원율이 21% 감소됐다는 결과가 알려지며 출시 전부터 국내 의료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 약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심장학회(ACC)와 유럽심장학회(ESC)는 물론, 국내 심부전 진료지침에도 우선 권고약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상황.
▲지난해 심부전학술대회에 등장한 엔트레스토 부스(왼쪽)와 건선 치료제 코센틱스
다만 비싼 가격 탓에 급여등재 과정이 순조롭진 못했다. 회사 측이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뒤 영국보다 낮은 급여가격을 제시했음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2차례나 비급여 판정을 내리자, 일각에선 리베이트로 인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을 정도였다.
다행히 회사 측이 추가로 약가를 낮추면서 엔트레스토는 지난 6월 건선 약물인 코센틱스와 함께 약평위 관문을 통과했는데, 건강보험공단과 60일간의 약가협상을 무난히 넘긴다면 하반기 중 급여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판상형 건선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던 인터루킨-17A(IL-17A) 억제제 '코센틱스(세쿠키누맙)'도 반전 기회를 모색 중이다.
지난 2월 강직성 척추염과 건선성 관절염이 새로운 적응증으로 추가됐던 코센틱스는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100%를 수용한 덕분에 약가협상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음달 곧장 급여권에 진입하게 된다.
최근 중증보통건선이 산정특례로 지정되면서 건선성 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까지 코센틱스의 3가지 적응증이 모든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된 것도 처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회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엔트레스토와 코센틱스 영업인력으로 연초 30여 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했고, 추가로 16명을 충원할 계획을 세우는 등 신약 마케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월 급여정지 적용…내부 직원들 불안감 증폭= 이처럼 좋은 약에 영업인력까지 보강된다지만 장밋빛 미래만 예상할 순 없다.
올 상반기 급여정지 처분이 내려졌던 노바티스의 처방의약품들이 실질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건 오는 8월부터다. 560억원대 과징금이 단기간 타격을 입혔다면, 급여정지에 따른 이후 처방환경 변화는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전국 의료기관들은 그 중 처방빈도가 가장 높았던 치매치료제 '엑셀론(리바스티그민)'을 시작으로 골다공증 약물 '조메타(졸레드론산)' 등의 제네릭 교체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된다.
글로벌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다. 블록버스터 약물인 '글리벡'(이매티닙)의 특허만료 여파로 글로벌 매출과 순이익이 급감한 데다, 안과사업부인 알콘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노바티스 그룹이 조셉 지메네스(Joseph Jimenez) 회장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제네릭 경쟁에 직면한 글리벡으로 인해 일시적인 부진을 겪고 있지만 '코센틱스'와 '엔트레스토'가 급성장하면서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사 형편은 18일(현지시간) 발표되는 2분기 실적을 통해 일부 파악해볼 수 있을 듯 하다.
▲2017년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급여정지되는 9개품목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다. 회사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브랜드매니저(BM)와 PM 등 8명이 퇴사하면서 검찰조사와 관련된 내부 징계절차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직원들은 3개월치 급여를 정산받은 뒤 자진퇴사함에 따라, 공식적인 퇴사압박은 없었다는 후문.
다만 급여정지 결과가 한국법인의 경영실적으로 반영되는 올 연말부턴 임금협상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거나 인원감축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 불안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제보다.
특히 영업사원들은 검찰조사 이후 기업 이미지가 나빠졌고,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한층 강화됐음에도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상부의 지시를 따랐던 일선 직원들이 결국 리베이트 책임을 떠안게 된 상황 자체도 회사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기엔 충분해 보인다. 야심차게 출시된 신제품들의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또다시 직원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지 모르는 일이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급여 출시를 앞둔 2개 제품과 관련해 올해 초 30명을 뽑았고, 조만간 16명가량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할 경우 당장 연말부터 직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되리란 불안감이 팽배하다"며 "회사는 어쩔 수 없는 투자라고 얘기하면서도 고용보장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영업사원들은 검찰조사 이후 내부 규정이 까다로워지고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졌음에도 실적을 내야 한다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을 불안하게 했던 한국법인 철수설은 사그라들었다지만 기약없이 임시대표 체제가 지속 중인 것도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팎으로 위기상황에 노출된 한국노바티스가 하반기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