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강하·체중감량 효과 동시에…비만학회서 활발히 논의
▲벨빅(왼쪽)과 콘트라브
2년 전 '벨빅(로카세린)'의 등장으로 활기를 띠게 된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올 상반기 62억원대 실적(IMS 기준)을 올린 일동제약의 벨빅이 불안한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지난해 합류한 광동제약의 '#콘트라브(날트렉손/부프로피온)'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점유율을 넓혀가는 상황.
대웅제약의 '디에타민'과 휴온스의 '휴터민' 등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 매출이 덩달아 오르면서 전체 시장규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4억 6000만원) 대비 400% 오른 23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콘트라브는 이달부터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를 진행한다고 밝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벨빅이 진정으로 두려워야 할 상대는 콘트라브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 등 당뇨병 치료제들이 체중감소 효과를 입증받으면서 호시탐탐 비만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당뇨(diabetes)와 비만(obesity)이 결합된 'Diabesity(당뇨병과 과체중이 동시에 있는 상태)'란 용어가 자주 회자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될만 하다.
▲1일 오후 ICOMES 2017 학술대회에선 GLP-1 유사체의 체중감량 효과에 관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이 같은 비만치료의 판도변화는 지난달 31일부터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ICOMES 2017) 현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와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 3종이 출시돼 있는 SGLT-2 억제제와 최근 비만 적응증으로 추가 승인을 받은 GLP-1 유사체 '#삭센다(리라글루티드)' 등 혈당강하제들이 기존 비만약들을 제치고 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1일 오후에는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GLP-1 유사체의 중요성을 주제로 90분간 심포지엄이 진행됐고, 2일에는과체중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아웃컴이란 주제의 심포지엄 중 한 세션으로 GLP-1 유사체가 다뤄졌다. SGLT-2 억제제의 병용요법과 심장 및 대사질환에 미치는 영향 또한 2일 심포지엄에서 심도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부스전시관에선 일동제약과 광동제약, 노보노디스크, 종근당 등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홍보전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특히 내년 3월 시장출시를 앞둔 노보노디스크는 "5~10%의 체중감소로 비만 관련 동반질환이 개선된다"며 삭센다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당뇨병 치료제가 비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혈당개선 효과와 더불어 당뇨 전단계 예방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
비만 및 당뇨병 전단계 환자 37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SCALE 연구에 따르면, 56주간 식이요법 및 운동과 약물치료를 병행했을 때 삭센다 투여군(2487명)의 92%가 체중감소 효과를 보여 위약군(1244명 65%)과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63%, 체중이 10% 초과 감소한 환자의 비율도 33%에 달해 위약군(각 27%, 11%)과 차이를 보였다는 보고다.
▲ICOMES 2017에 부스전시로 참여한 제약사들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비만치료제 'HM12525A' 역시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한 바 있어, GLP-1 유사체와 같은 당뇨병 약물을 비만치료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한동안 계속될 듯 하다.
학계에 따르면 비만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당뇨병 발병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비만학회 역시 "정상체중일 때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5~13배 상승한다"며, 체중감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비만치료제들에 보험급여가 적용돼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31일 '서울선언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대한비만학회 오상우 교육위원회 이사는 "비만을 질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비만치료제를 비급여 상태로 내버려두는 건 문제가 있다"며, "수술이 필요한 단계까진 아니지만 약물치료가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들에겐 비만치료제의 급여화가 시급하다.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방지를 막고 혼자 힘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환자를 위해서라도 급여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학계 주장대로 비만치료제에 보험급여가 인정된다면, 시장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