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27일자 보도, "미국 12개주서 도매약국 면허 취득"
▲고객의 집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아마존(출처: CBS 방송 캡처)
이달 초 처방의약품 시장 진출설로 유통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마존이 또다시 말썽이다. 11월 중 의약품시장 진출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일부 주에서 약국면허를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발단은 CBS의 27일자(현지시각) 보도다. CBS는 "전자상거래업계 거물인 아마존이 미국 12개 주에서 도매약국 면허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언급된 지역은 알라바마와 애리조나, 코네티컷, 아이다호, 루이지애나, 미시건, 네바다, 뉴햄프셔, 뉴저지, 노스다코타, 오레건, 테네시주다.
그 중 몇몇 지역은 주사기와 봉합사, 트레이 등 의료행위 또는 치과진료 시 전문의료인이 사용하는 의료용품을 취급하는 데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희비가 교차된 아마존과 월그린의 주가
CBS 마저 "아마존이 추수감사절 전까지 처방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10월 6일자 보도를 인용하자 관련 업계는 "연 5600억달러(약 642조원)에 달하는 미국 처방약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덩달아 CVS(-2.94%)와 월그린(-3.24%), 익스프레스 스크립츠(-3.65%), 카디날 헬스(-3.43%), 아메리소스버겐(-4.20%), 맥케슨(-5.18%) 등 미국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전문의약품 리필처방…법적으론 가능
이 같은 의혹들이 신빙성을 갖기는 충분해 보인다. 앞서 보도됐던 것처럼 아마존은 올해 초 프리메라블루크로스(PBC) 출신의 마크 라이온스(Mark Lyons)를 영입하고, 의약품 판매 관련 사업부문을 이끌 총괄매니저 채용에 나서는 등 헬스케어 분야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아직은 내부직원 대상이지만 PBM(제약서비스대행) 부서를 꾸렸고, 일본 등 일부 국가들에선 웹사이트 상에서 의약품 배송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마존이 수년째 전문가들로부터 해당 산업 진출에 관한 자문을 받아온 데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 한해 처방약을 리필처방받는 형태여서 법적 문제는 없어보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를 다른 물품들과 같이 택배배송과 접목할 경우 환자가 약국에 직접 가지 않고 집에서 약을 수령하는 방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 환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직접 접속한 다음 처방전 정보를 입력했을 때, 조제약이 택배배송되는 필팩(PillPack)사의 온라인 약국 서비스는 이미 지난 2014년 타임지로부터 최고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최근 거론되는 아마존의 신규 서비스 역시 의사 처방전을 전송받은 뒤 환자가 원하는 시간에 배달하는 형태로 흡사하다.
"의약품 아닌 의료기기에 관심" 새로운 의혹도 나와
하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아마존은 의약품시장 진출에 관한 숱한 의혹제기에도 불구,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마존 대변인이 CNBC에 이메일을 통해 "소문이나 추측에 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과거 "온라인 도서 판매와 온라인 약국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발언했던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등이 자주 거론되는 건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투자회사 제프리스의 브라이언 탄퀼트(Brian Tanquilut)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아마존이 약국보다 의료기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월스트릿저널은 아마존이 의약품사업에 진출했을 때 가장 큰 수혜자로 미국의 건강보험 회사 애트나(Aetna)를 지목한다. 현재 CVS 헬스가 애트나를 60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더욱 흥미로운 관측이다.
사실 수혜자보단 피해자가 많아보인다. 웰스 파고의 데이비드 마리스(David Maris)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으로 진입할 경우 프라임(Prime) 회원에게 무료 제네릭과 같은 처방전 할인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며, "아마존 진출에 따른 시장파괴 가능성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선 처방약 온라인 유통이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내 의약품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만약 법 개정으로 국내 의약품 시장 진입이 가능해질 경우 제약사보단 의약품 유통업체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대신증권 홍가혜 애널리스트는 30일 보고서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사의 전문의약품을 도입해 코프로모션 형식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케팅, 유통에 주력하는 회사가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계약 또는 약물별 차이가 있어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코프로모션의 경우 일반적으로 마진율이 매우 낮으므로 마진보다는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